경제·시간적 어려움 겪는 청년들
단순 혜택 넘어선 문화 소외 해소
단발성 아닌 확장·보완 지속돼야
요즘 청년들에게 '문화'는 때때로 사치처럼 느껴진다. 학업과 취업 준비에 내몰린 일상, 끝없이 오르는 물가와 집세 부담 속에서 영화 한 편, 전시 한 번조차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말한다. "문화는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즐기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여유를 기다리기엔 청춘의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흐른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정부가 도입한 '청년문화예술패스'는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2006년생, 만 19세 청년을 대상으로 연간 15만원 상당의 문화 소비를 지원하는 이 제도는 단순한 할인 혜택을 넘어, 문화예술이 지닌 본질적 가치를 환기하는 시도다. 그동안 문화 향유에서 소외됐던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 정책 효과도 뚜렷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6월 패스 이용 청년 714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8.4%가 "문화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단순한 만족을 넘어, 청년들의 문화 접근성과 경험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음을 보여준다. 사실 청년들이 문화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즐기고 싶어도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높은 생활비, 등록금, 주거비 등으로 인해 문화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문화생활은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동시에 요구하지만, 이를 갖추는 것은 청년에게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청년문화예술패스는 더욱 절실하다.
문화는 사람을 성장시킨다. 예술은 감정을 일깨우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며, 때로는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 한다. 공연을 통해 감동을 받고, 전시를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경험은 자기 성찰과 창의성의 밑거름이 된다. 특히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시기의 청년에게 문화는 단순한 여가를 넘어, 정신적 자산이 될 수 있다.
현장에서도 청년들의 반응은 뜨겁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1차 신청 기간에 약 12만명의 청년이 패스를 발급받았고, 발급률은 76.9%에 달했다. 이달부터는 추가 신청도 가능하다. 그동안 문화생활을 미뤄왔던 청년이라면, 지금이야말로 그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중요한 것은 이 제도를 단순히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패스를 통해 생애 첫 미술관을 찾거나, 처음으로 연극 무대를 경험한 청년들도 많다. 이러한 첫 경험이 반복되고 일상화될 때, 이 제도가 지닌 진정한 효과가 비로소 드러날 것이다.
문화는 선택이 아니라, 모두에게 보장돼야 할 '권리'다. 청년문화예술패스는 그 권리를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문화예술의 관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 이 제도를 통해 문화를 접한 청년들이 미래의 문화 주체로 성장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제도가 단기적 지원을 넘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문화정책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청년들이 스스로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는 경험은 곧 사회 전체의 문화적 깊이를 더하는 일이다.
청년문화예술패스가 단발성 정책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인 확장과 보완을 통해 청년들의 문화 향유를 진정한 일상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문화는 곧 우리의 미래이고, 그 미래는 지금 이 순간, 청년들의 선택과 경험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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