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4일제 재단 17곳 실험 후에도 주 4일제 유지
런던 소프트웨어 기업 "매출 130%증가"
수익 데이터 제공 4곳 중 3곳 매출 증가 1곳 감소
해외서도 확산…국내선 4.5일제 공론화
영국에서 진행된 새로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주 4일 근무제로 전환하는 것이 기업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현지시간) CNN은 영국 시민운동단체인 '주4일제 재단'의 주 4일제 실험에 참여한 17곳 모두 실험 종료 후에도 주 4일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17곳(기업, 기관)에서 약 1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동일한 급여와 업무량을 유지하면서 주4일제를 체험했다. 단축 근무의 혜택을 본 것은 직원들만이 아니었다. 일부 기관들은 매출 증가와 병가 일수 감소라는 결과를 얻었으며,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한 수치다.
런던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기업 브랜드파이프는 매출이 거의 130% 증가했다고 한다. 브랜드파이프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제프 슬로터는 "이번 실험은 브랜드파이프에게 엄청난 성공이었다"며,"주 4일 근무는 기업이 시도해볼 만한 매우 훌륭한 제도"라고 말했다.
브랜드파이프는 수익 데이터를 제공한 네 곳 중 하나였다. 네 곳 가운데 실험 직전 6개월과 비교시 세 곳은 실험 기간 동안 매출이 증가했고, 한 곳은 감소했다. 네 곳은 실험 기간 동안 직원들의 병가 및 개인 휴가일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익 및 결근과 관련된 데이터는 제한적이어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앞서 2022년에 실시된 대규모 영국 실험에서는 61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1년이 지난 후에도 대부분이 단축 근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2022년과 2023년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된 실험들에서도 대부분의 기업이 해당 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연구들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고 CNN은 전했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마이클 샌더스 공공정책 교수는 이런 실험들이 '자기 선택(self-selection)' 편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실험에 참여한 기업들은 애초에 주 4일 근무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곳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단축 근무제가 동기 부여가 강한 기업들과 직원들에겐 잘 작동할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선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4일제 재단측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서 진행된 실험들은 다양한 산업군의 수백 개 기업이 참여했고, 이들은 열의와 헌신의 수준이 제각기 달랐다"고 반박했다. 실험에 참여한 한 CEO는 "앞으로 10년 안에 대부분의 조직이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될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서는 주4.5일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주 4.5일제에 대해 "결국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경기도는 주 4.5일제 시범사업에 나섰다. 경기지역 민간기업 67곳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콘텐츠진흥원 등 68곳을 대상으로 임금 축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제도를 적용키로 했다.
전자상거래플랫폼 카페24의 경우 기존 월 2회 오프데이(휴무)를 매주 금요일 휴무로 확대해 7월 1일부터 주 4일제를 시행 중이다. 주 4일제 시행으로 근무일은 축소됐지만 평일 근무시간과 임금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4.5일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지난달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엠아이(PMI)이 전국 19~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새정부 출범에 따른 국민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이들은 37.9%였다. 입장을 유보한 '중립'은 36.6%, 부정적인 시각은 25.5%로 집계됐다. 주 4.5일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점은 '일과 삶의 균형 향상'(64.0%)이었다. 이어 '직무 만족도 및 근무 환경 개선'(14.6%), '업무 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13.4%), '청년 고용 기회 확대'(7.6%) 순이었다.
반면 우려되는 점으로는 '소득 감소 또는 근무시간 축소에 따른 부담'(29.4%)이 가장 높았다. '생산성 저하 및 업무 공백 발생'(25.4%), '업종·직군 간 형평성 문제'(24.0%), '현실성 부족 또는 시기상조'(20.5%) 등도 뒤를 이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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