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관련해 최소한의 기준 필요"
"내란특검, 국힘 의원들 몇 명 기소될 수도"
"검찰 개혁, 민생 피해 없도록 만전 기해야"
홍익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3선)가 지난 4일 오후 4시, 아시아경제 'AK라디오'에 출연했다. 현재 동국대 특임교수로 있는 홍 전 의원은 "균형감 있고 열심히 소통한다"고 이재명 정부 한 달을 평가하며 "특검 수사로 국민의힘 의원들 상당수가 조사 대상, 몇 명은 기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당권 경쟁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명심(明心. 이재명 마음)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바라보며 그는 이미 잰걸음을 하고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동국대학교 사무실과 서초동 개인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낸다. 방송에 출연하면서 책을 내기 위해 글도 쓰고 있다.
책? 어떤 책인가.
고향이 마포의 서강대 근처다. 서울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책, 또는 서울과의 인연 등을 다룬 책이다.
정치학 박사인데,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회적 갈등을 권위적으로 정리하는 게 정치다. 원시 사회에서는 힘으로 사회적 갈등을 해결했다. 두 번째 단계는 종교 즉 제사장이나 무당 등의 목소리를 통해서 갈등을 해소했다. 근대에 와서는 법으로 해결했다. 이제 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다. 법 이전에 해결하는 것이 정치다.
대선 때 민주당 서울시 선대본부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서울 민심을 어떻게 보고 있나.
서울에서만 이재명 후보가 이기면 대선은 무조건 이기겠더라. 이번 선거는 내란 종식,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구도가 좋았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역시 양측이 결집하면서 일방적인 선거는 아니었다.
민주연구원장으로 있을 때 여론조사를 많이 했다. 서울이 전국 평균보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하면 2~3%, 리얼미터를 기준으로 하면 4~5% 낮게 나왔다.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서울에서 좀 잘 나온다. 이번 대선도 예외 없이 그렇게 나왔다. 전국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8.27%P 앞섰는데, 서울에서는 5.58%P밖에 앞서지 못했다. 반면 경기도는 14.25%P 앞섰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부동산 문제가 첫 번째 영향을 준 것 같다. 서울의 자산 가격이 높으니까 민주당의 주 지지층, 그러니까 자산 계층이나 연령대로 봤을 때 40대 이하가 경기도 쪽으로 많이 나갔다. 그렇다 보니까 서울에 상대적으로 고령 인구가 많이 늘어났다. 과거에 비해서 서울이 상대적으로 보수화 돼 있다. 구조적인 전환을 하지 않으면 서울은 민주당 입장에서 계속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비교적 균형감 있고 안정감 있게 한다. 둘째는 최소한 열심히 하려고 한다. 세 번째는 소통을 잘한다. 최근 이 대통령이 지역에 다니면서 타운홀 미팅하고, 교섭단체·비교섭단체 대표들 만나고 기자회견도 했다. 이런 효과 덕분에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실력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보는, 본인이 어떤 형태든 확인하고 검증한 사람들을 쓰는 것 같다. 이 사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한 실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느냐가 첫 번째 기준인 것 같다.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배타적인 기준이 없다. 딱 하나 있다면 내란에 가담했느냐 여부 정도인 것 같다.
인사 관련해 한 가지만 얘기한다면 국민 눈높이에 대해서 상당히 신경 쓰시는 것 같다. 도덕적 기준이다. 이 문제는 대통령도 상당히 고민스러운 것 같다. 도덕적 기준을 가져가다 보면 쓸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반대로 쓸 사람을 우선으로 해서 보면 국민적 기준에 조금 미흡한 사람도 있다. 이제 청문회가 본격화될 텐데 이 과정에서 국민 여론에 대해서 굉장히 주목할 것이다.
뭔가 최소한의 기준 같은 게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다.
필요하다. 사실은 문재인 정부 때 기준은 제가 만들었다. 국정기획위원회 5대 기준에다 좀 더 더해서 7대 기준까지 만들었다. 세부적으로 봐야 할 것이 있다. 우선 공적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냐다. 일을 잘하면서 사적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경우는 정부 기구에 들어가서 일하면 안 된다. 두 번째는 반복 여부다. 유사한 범법 행위나 불법, 부도덕한 행위를 계속하느냐다. 세 번째는 피해 규모와 정도다. 피해 입은 사람들의 정황,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로 인해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피해를 봤을까 하는 문제다. 이런 세 가지 정도를 청문위원들이 같이 봤으면 좋겠다.
추석 전에 검찰 개혁 얼개가 나올까.
얼개라는 게 당 입장이 정리되는 것이다. 지금 상당 부분 논의돼 왔기 때문에 조금만 손을 대면 된다. 9월 안으로 당의 입장이 정리된 하나의 안으로 상임위에서 논란을 마무리 짓는 정도가 될 것 같다.
주목되는 건 국민 피해다. 대체로 법률을 통과시킬 때 부칙에다 발효 시점을 정한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까지다.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 조직이 공소청과 중수청 등으로 나누어지면 인적 이동은 물론 청사도 마련해야 하고 예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갑자기 해버리면 검찰이 하던 수사가 다 스톱된다.
민생 피해가 안 가려면 기존 수사 또는 앞으로의 수사가 지연되거나 부실화되면 안 된다. 그 부분에 대해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검찰이 없어지니 수사가 부실해졌다는 얘기가 나오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문제가 없게 정말 꼼꼼하게 준비해야 하고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 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들이 있을 수 있다. 모든 제도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잘못된 게 있을 때는 과감하게 인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검찰 개혁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는 어느 정도 의견 통일이 이루어져 있다고 봐야 하나?
한 90% 정도의 동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안을 확정하는 것은 추석 전이 아니라 한 8월 말이라도 끝날 것 같다. 그러면 11월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
조국 전 장관 사면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사면 복권 문제는 신중하게 봐야 할 측면이 있다. 8·15 사면 복권은 대통령의 첫 사면 복권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한테 맡겨놨으면 좋겠다. 조국혁신당에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조국혁신당이 자꾸 이 문제를 얘기할수록, 그리고 조국 전 대표에 대한 사면 복권을 얘기하면 얘기할수록 더 어려워진다.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리면 빠르면 연말 아니면 내년 3.1절 정도에 대통령이 그냥 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특검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흐름이다.
아무래도 3개 특검 중에 국민적 관심이 제일 높은 것은 내란 특검이다. 중요도로 봤을 때 역시 내란 특검이 제일 중요하다. 국가 기관과 관련된 문제, 민주적 헌정질서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상당수도 조사 대상이거나 또는 몇 명은 기소될 수 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우선은 인지 여부다. 벌써 1년 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얘기를 했다는 것 아니냐. 그러면 술자리가 있었을 것이고, 이런 얘기를 하고 상의했던 현역 의원이 있느냐 이거죠. 두 번째는 당일날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다. 예컨대 추경호 전 원내대표 같은 경우 본인은 국회 본청에 있으면서 의원들은 당사로 보냈다. 그러니까 사실상 투표를 못하게 했다. 대통령으로부터 그러한 협조 요청을 받았는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지 못하도록 협조했던 것인지 등 따져봐야 할 문제가 많다.
최근에도 문건 얘기가 나오지 않았나. 사후에 수습하려고 하는, 고의로 사건을 축소·은폐·수습하는 과정에서 알면서도 협조했거나 한 사람들, 거기에는 당시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장관 또는 정치인들이 다 포함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굉장히 광범위하게 할 것 같다. 어디까지 기소될지 모르겠지만 없던 듯이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조은석 특검의 그동안 수사 방식이나 수사 행태를 보면 그냥 넘어갈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이 7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우리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박찬대 정청래 의원의 당권 경쟁이 한창이다.
친한 사이인 두 사람이 경쟁해서 좀 난감하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지지자들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첫째는 네거티브 안 했으면 좋겠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으면 그것은 얻는 게 없다. 두 번째는 이제 더 이상 명심(明心. 이재명 마음)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사례에도 안 맞고 법적인 문제들이 생긴다.
이재명 대표를 또 뽑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명심 경쟁하면 안 된다. 우리가 저 명태균 게이트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을 고발했던 것 중 하나가 당무 개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이 사안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제가 확인한 것도 그렇고-.
선거 때 찍지 말아야 할 후보자가 있다. 첫째, 무슨 아들, 무슨 딸 얘기하는 사람들이다. 호남의 아들, 딸 이런 것 하는 사람 찍지 마라. 두 번째, 자기 사진보다 남의 사진 더 크게 쓰는 사람들 찍지 마라. 주로 자질이 부족하거나 자기 콘텐츠가 없는 사람들이 남 팔고 남에게 업혀 가려고 한다. 자기 콘텐츠와 자기 비전 그리고 자기 실력으로 승부를 하는 사람들을 유권자·당원들이 선택했으면 좋겠다. 저는 선거 여러 번 치르면서 상대 후보에 대해 네거티브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상대 당은 비판했지만, 상대 후보를 비판한 적은 없다.
국민의힘을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다. 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참 답이 없다. 최근에 보수적인 분들도 많이 만나는데 더 부글부글한다. 지금까지 찍어 왔고 앞으로도 찍을 정당이 국민의힘인데 이렇게 가면 못 찍겠다고 얘기한다. 그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했던 사람 중 누구 하나 헌신하는 사람이 없다. 2선 후퇴를 하겠다거나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등 던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파트너를 골라서라도 자기들의 당권을 유지하려는 사람만 보인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됐을 때도 영남·친윤 당권파의 지원이라는 공식이 안 바뀌었다.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는 장기적 혁신이 가능하려면 단기적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 단기적 혁신은 한마디로 인적 쇄신이다. 책임 있는 사람을 출당 조치를 하든 아니면 정계 은퇴시키든, 백의종군 선언을 받아내든 해야 한다. 그런 조치들이 선행돼서 책임을 묻고 그에 합당한 처분을 해야 한다. 단기적 혁신이 없이 장기적 혁신을 말하면 아무도 안 믿는다.
※영상을 클릭하시면 전체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한 번 더 도전해 볼 생각이다. 내년 지방선거 관련해 많은 분의 의견을 들으며 준비하고 있다.
무슨 준비를 하고 있나.
책 발간을 준비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비전과 정책을 가다듬고 있다. 준비가 잘 되면 밖으로 공개해서 평가받는 시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0월 말~11월 초쯤 될 것 같다. 정치적 상황을 좀 봐야 한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