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부터 노린 내란특검… 승부수일까 무리수일까
'증거인멸 우려' 부각… 핵심 피의자 압박카드 될 수도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수사 개시 18일 만인 6일 오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두 차례 소환조사한 끝에 취한 조치다. 특검팀에 허용된 수사기한이 최장 150일인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내란 사태의 최종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조기에 확보해 수사대상자들의 말 맞추기나 증거인멸 시도를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와 대통령경호법 위반,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이다. 특검팀은 66쪽 분량의 영장 청구서에 윤 전 대통령이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고, 비화폰(비밀 대화를 위한 전화기) 정보 삭제를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검팀은 또 윤 전 대통령이 해외비서관 겸 외신대변인에게 계엄을 옹호하는 허위 사실을 외신 기자들에게 설명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도 적용했다.
특검팀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소집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나머지 위원들의 심의·의결권 행사를 방해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혐의와 관련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부터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이 담긴 사후 작성 비상계엄 선포문을 건네받아 최종 서명하고 사무실에 보관하게 했다고 적었다. 한 전 총리가 "서명한 것을 없던 일로 하자"라고 했다는 강 전 실장의 보고를 받은 뒤에는 "총리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라"라며 폐기를 승인했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단은 "조사과정에서 혐의 사실에 대해 충실히 소명했고, 법리적으로도 범죄가 성립될 수 없음을 밝혔다"며 "특검의 조사에서 객관적 증거가 제시된 바도 없고,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법원에서 특검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임을 소명하겠다"고 했다.
앞서 특검팀은 비슷한 혐의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당시 기각 사유는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응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사의 전반부라고 할 수 있는 시점에서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 신병 확보부터 나선 것은 향후 수사 방향을 암시하는 측면도 있다. '내란 혐의' 본체와 관련해서는 이미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이뤄진 상황에서 특검팀은 검찰이 손대지 않은 다른 부분 수사를 벌여야 한다. 지금처럼 윤 전 대통령의 소환과 조사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앞으로 특검 수사가 속도감 있게 나가기 어렵다.
또 다른 사건 연루자들의 조사 역시 윤 전 대통령 수사 상황과 연동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특검팀으로서는 초반부터 강수로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물론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일단은 특검팀이 제시한 사실관계와 적용한 법리가 정확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구속할 정도로 혐의가 소명되느냐의 문제다. 이 부분이 충족된다는 전제하에서는 도망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을 따지게 되는데 도망우려는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을 영장실질심사과정에서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주요 피의자가 많고,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변호인 등을 통해 이들과 말 맞추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대로 윤 전 대통령 측은 혐의 소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외에도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할 경우 내란 특검 수사뿐 아니라 이미 기소된 내란 사건 재판,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 수사에 있어서 윤 전 대통령의 방어권 행사가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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