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기업, AI 활용 男의 30분의1 수준"… 기술격차 해소 국회에 건의

대한상공회의소 여성기업위원회는 7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여성기업의 기술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제언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회의에는 이인선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여성기업인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위원회는 여성기업이 전체 기업의 41%에 달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은 3.2%에 불과하다며, 인공지능(AI)·로봇 등 신기술 기반의 스케일업 지원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성기업의 기술활용도는 남성기업의 3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연구개발(R&D) 경험률 역시 4.2%에 그치는 등 질적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기업은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여성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정기옥 대한상의 여성기업위원장은 "여성기업 수는 연평균 5% 이상 증가하고 있지만 기술력이나 혁신 역량은 정체된 상황"이라며 "창업 지원을 넘어 스케일업을 위한 정부·국회 차원의 정책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선 위원장은 "여성기업인의 권익 보호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입법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날 '여성기업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 제언문'을 통해 ▲육아·돌봄 지원체계 마련 ▲디지털 전환 지원 ▲금융 접근성 제고 등 3대 과제를 제시했다. 제언문은 대한상의가 여성 2500여명을 대상으로 운영한 소통플랫폼 '소플(Sople)'의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우선 여성기업인의 가장 큰 애로로는 '육아·가사 등 일·가정 양립 문제'(28.9%)가 꼽혔다. 이어 사회적 편견과 차별(22.0%), 경영 경험 부족(18.9%), 시장·판로 개척(17.0%) 순으로 나타났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요소로는 기술력과 품질 등 전문성(42.5%)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위원회는 여성CEO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제도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 세금 납부 유예, 공공 직장어린이집 우선 입소, 지역 돌봄서비스 연계 등의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김하연 나눔비타민 대표는 "여성CEO에 대한 돌봄지원과 디지털전환 초기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서는 여성기업의 80% 이상이 1인 기업 또는 소규모 자영업 형태에 머물러 있고, 신기술 도입률도 낮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AI·로봇 도입, 여성기업 전용 스마트 전환 패키지 신설, 업종별 디지털 마케팅 교육 등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우실 스타트폴리오 대표는 "AI·로봇 등 첨단기술 기반의 디지털 전환은 여성기업에 가장 절실한 과제"라며 "정부의 신산업 정책 기조에 맞춰 지원이 구체화한다면 여성기업의 기술 기반 창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접근성 측면에서는 여성기업의 절반이 '여성기업 확인제도'를 모르고 있으며, 정책금융 활용률도 18.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여성기업 전용 보증·투자상품 마련, 금융기관 실무자 대상 성인지 교육, 여성기업 인식 개선을 위한 미디어 캠페인 등을 제안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여성기업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기술·금융·돌봄 분야에서 제도적 공백이 여전하다"며 "국회와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여성기업의 정책 수요를 제도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자율주행로봇 개발 기업 트위니의 천홍석 대표가 강연자로 나서 "GPS 없이 실내 공간을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로봇은 물류·유통·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며 "AI 기반 로봇 기술은 여성기업의 인력 부담을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