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유발 부족…관계 회복 시도"
잠수이별 시대에 '형벌 남용' 우려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이른바 '잠수이별' 상황에서 관계 회복을 위해 여러 차례 연락한 남성이 스토킹 혐의로 법정에 섰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이별 이후 이뤄진 연락을 범죄로 단정 짓는 것은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5일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A씨가 이별 통보를 받은 이후 총 67차례 메시지를 보내거나 상대의 근처를 찾아간 점 등을 근거로 스토킹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해당 연락이 위협이나 강요를 동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건의 핵심으로 떠오른 '잠수이별'에 대해 "이런 단절 방식이 일반화된 시대일수록 상대방의 연락 시도를 단순히 범죄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초부터 교제하던 A씨와 B씨는 서로를 여보, 남편으로 부르거나 A씨가 B씨 부모님에게 선물을 보내는 등 결혼까지 염두에 둔 깊은 관계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10일 B씨가 약속에 늦은 일로 언쟁을 벌이다 A씨가 B씨에게 먼저 이별 통보를 했다. 이에 B씨도 헤어지자고 응수했다.
이별 통보에 B씨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A씨는 관계 회복을 위해 같은 해 4월 14일까지 후회, 사과, 애정 표현 등이 담긴 문자를 60여회 보냈다. 별다른 반응이 없자 A씨는 며칠 뒤 B씨 차량에 꽃다발과 편지를 두고 갔고, B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로부터 경고받은 A씨는 더 이상 문자 등을 보내지 않았다.
법원은 "(결별) 당일 언쟁이 폭력·폭언 등 때문이 아닌, 어찌 보면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고 피고인이 홧김에 먼저 진의 없이 결별을 통보했다가 예상 밖으로 피해자가 강경하게 헤어지자고 하자 뒤늦게 이를 되돌리려는 의도였다"며 "자연스러운 반응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B씨가 장기간 지속된 관계를 일방적으로 단절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부정확하게 묘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볼 때 상대방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정도의 행위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잠수이별이라는 방식이 일반화되는 사회적 흐름을 감안해 법적 해석 역시 신중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다시 판단을 받을 예정이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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