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내지 않고 배당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감액배당(비과세배당)'을 택하는 상장사들이 늘면서 감액배당에도 일반배당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배당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주주 입장에선 감액배당이 일반배당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주주에게는 상속자금 마련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조세 회피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배당 원천으로 기업의 자본금을 활용하는 만큼, 지속적인 감액배당이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감액배당은 기업이 자본잉여금 중 '자본준비금'을 줄여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후 이를 배당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회계상 자본을 줄여 주주에게 돌려주는 '자본환급'으로 간주해 비과세 처리된다. 회사 수익이 아닌 주주가 낸 출자금 일부를 반환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감액배당을 통해 이익잉여금이 아닌 자본준비금으로 배당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금을 비과세로 수령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순이익에서 세금을 뗀 이익잉여금으로 주주에게 배당하는 일반배당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일반배당의 경우 배당 소득세 15.4%(지방세 포함), 배당과 이자 소득 합계가 연 2000만원을 초과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인 경우에는 최고 49.5%까지 세금을 부과한다. 예컨대 일반배당에서 1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경우 15만4000원의 세금을 떼고 84만6000원을 수령하는 반면, 감액배당에서는 배당 소득세 없이 100만원 전액을 수령하게 된다.
이 같은 이점으로 감액배당을 도입하는 기업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2023년 감액 배당을 실시하며 상장사들 사이에서 주목받자 우리금융지주, 셀트리온, 엘앤에프 등 기업들도 빠르게 시행하면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022년부터 올해 4월25일까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가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을 감액하고 이익잉여금으로 전입을 결의한 사례를 전수조사한 결과 2022년 31개 기업에서 2023년 38개, 2024년 79개, 2025년에는 130개로 급증했다.
증권가는 대체로 감액배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단기 주주환원 성과를 높이는 데 유리하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본효율성을 높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지표를 개선해 주가 상승도 도모할 수 있다. 실제 렌터카와 출장여행 서비스 기업인 레드캡투어는 지난 3월 감액배당 발표 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단기 호재로 작용했다.
반면 일각에선 감액배당이 본래 목적을 벗어나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과세 형평성 문제는 핵심 논거 중 하나다. 일반 배당에는 세금을 부과하지만, 감액배당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다 보니 같은 배당 성격의 행위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특히 최대주주의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 세금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법연구센터의 박수진, 서동연 연구원은 현행 감액배당에 대해 "주주는 이익배당과 유사한 경제적 효과를 누리면서도 동시에 현저히 낮은 조세부담을 향유할 수 있다"며 "더욱이 자본거래를 이용한 조세회피(남용) 사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감액배당은 장기적으로 새 정부가 강조하는 한국증시 밸류업에 역행할 소지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내재 가치를 끌어올려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는 의미지만, 감액배당은 자본을 줄여 단기 배당에 사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배당재원 활용이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기업의 자본충실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감액배당이 급증하자 과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세청, 한국금융투자협회, 조세심판원 등 유관기관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감액배당에 대한 논의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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