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양책 기대감에 코스피 급등
실물경제 둔화 실상과 괴리 우려
구조개혁 통한 성장률 회복 우선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은 합쳐서 3%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기업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안이다.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더 투명해져야 하고 주주환원은 더 늘어야 한다.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해소에 노력하겠다는 것은 후보 시절부터 주식시장에 관심을 보여온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도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코스피 5000시대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주식시장은 이미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6월 한 달간 코스피는 13.9%나 올랐다. 올해 초 2400에도 미치지 못했던 코스피가 무려 3년 반 만에 3000선을 회복했다.
증시 호황은 고마운 일이다. 투자자들만이 아니다. 증시 활성화는 내수 진작과 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부동산에 지나치게 쏠린 유동성을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가 나쁘고 기업들의 수익이 늘어나지 않는데 주가만 계속 상승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주가가 가끔 현실 경제와 동떨어져 움직이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은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반영한다. 우리 주식시장의 저평가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가 나아진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는 결국 성장률을 따라간다. 실물경기가 자산시장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자산시장이 실물경기를 반영한다. 물론 주가가 오르내리는 시기와 경기가 좋고 나쁜 시기가 반드시 겹치지는 않는다. 주가는 경기에 선행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유동성이 늘거나 줄어도 자산시장은 경기와 따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두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지수의 상승은 성장률보다 조금 웃도는 수준 정도다. 지난 2000년 코스피는 1028로 시작했고 2024년 말 종가는 2399를 기록해 13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1인당 명목 국민소득(GNI)은 2198만 원에서 4391만 원으로 늘어나 소득 증가율은 100%를 기록했다. 주가지수 상승률은 명목 소득 증가율의 1.3배 정도였다. 평균 상승률로 보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명목 GDP 성장률은 연평균 5.9%, 코스피 상승률은 이보다 다소 높은 6.7%였다.
우리나라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로 3분기 만에 또 한 번 역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0%에서 1.0%로 절반이나 낮춰 잡았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0.8%대로 떨어졌다. 주식시장은 중요하지만, 경제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건 결국 주가가 아니라 성장률 회복이다.
주가 상승을 희망한 것은 지난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공매도를 금지한 것도 그래서였고 금투세를 폐지하려 했던 것도, 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발표했던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가는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구조 개혁과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 없이 주가 상승이 이어질 수는 없다.
보수와 진보 정부의 차이가 없이 우리나라는 정권마다 장기성장률이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이재명 정부는 0%대 장기성장률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일시적인 소비 진작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은 아니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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