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검찰 폐지 공언한 與
앞선 개혁 실패에 부작용 만연
해체보단 기존 제도 보완 시급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정청래·박찬대 두 의원이 오는 10월 추석 전에 검찰청을 폐지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77년간 유지돼온 수사기관을 3개월 만에 없애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같은 당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 조직의 해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제동을 걸었지만, 그동안 민주당 강경파가 보여준 입법 폭주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미 국회에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제도의 얼개를 추석 전에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국회가 결단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최근 단행된 검사장 인사를 지켜본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이 정부는 정말 '설마 할까' 싶은 걸 거침없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민주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데, 이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없을 테니 당론으로 정해서 추진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문제는 검찰청을 없애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사가 없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에 검찰이 하던 수사를 맡기고, 검사들은 공소청에서 기소와 공소유지만 전담하도록 하는 게 과연 범죄 대응에 도움이 돼 국민에게 득이 될 지다. 그리고 이를 따져보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건 민주당이 추진해온 일련의 검찰개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시작된 검찰개혁으로 검사의 수사권은 대폭 축소된 반면, 경찰은 모든 범죄를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됐지만 갑자기 경찰에 사건이 몰리면서 눈에 띄게 수사 기간이 길어졌다. 수사가 지연되다 보니 범죄는 늘어났는데 기소 건수는 오히려 줄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게 하자 수사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 더 이상 검사가 경찰의 사건 처리를 감독할 필요도, 할 수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야심 차게 신설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립 4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데 또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들어 혼란을 키우겠다는 것인가. 지금 시급한 일은 검찰청 폐지가 아니라 앞서 바꾼 제도의 여러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현재의 시스템을 보완하고 수정하는 일이다.
그동안 검찰이 보여준 행태에 문제가 없었다는 게 아니다. 특히 김건희 여사 사건에서 검찰이 보여준 비겁한 모습은 검찰에 대한 마지막 기대마저 없애버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검찰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경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다.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주체가 수사를 통해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는 시스템도 그 효율성에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민주당은 '정치적 목적의 표적수사'를 검찰 해체 사유로 든다. 실제 한명숙 전 국무총리부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그리고 이 대통령까지,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의 여러 거물급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표적수사라고 지적해온 이들 사건 중 과연 전부 무혐의나 무죄로 최종 판명 난 게 있는가. 또 고소·고발 없이 검찰이 인지해 수사한 사건이 몇 건이나 되는가.
민주당 내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는 검찰 해체는 성공한 업적으로 남기보단 또 하나의 실패한 정책이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