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현 후나바시시 '카페 콧소리'
20년 대인기피증 극복하고 카페 사장님으로
직원들도 전부 은둔 경험…'치유계 카페'로 주목
우리나라에서도 고립·은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로 부르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우리나라보다 먼저 시작됐는데요. 얼마 전 일본에서는 은둔형 외톨이가 창업한 지바현 후나바시의 한 카페가 화제가 됐습니다. 본인이 은둔을 극복하는 과정과 이 경험을 나누기 위해 창업을 결정했다는데요. 오늘은 '카페 콧소리(こっそり)'를 차린 가와나베 다이키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얼마 전 NHK에서는 가와나베씨의 특별한 카페를 소개하는 보도가 나갔습니다. 가와나베씨는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말다툼을 한 이후 따돌림을 당했다고 합니다. 어릴 적 이 기억으로 마음을 닫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대학생 때 어떻게든 대인기피를 극복하고자 동아리에도 들어가 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여기서도 인간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됐다고 합니다. 결국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다'며 집에 틀어박혔고, 그렇게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고 해요. 여기에 조현병이 발병하면서 외부와 아예 단절되어버리죠. 자신도 서비스업은 절대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합니다. 대인기피증이 지속된 기간이 20년이 넘는다고 말할 정도인데요.
그러던 중 가와나베씨의 상처를 어떻게 달래줄까 생각했던 부모님은 '혹시 밖에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며 가와나베씨를 데리고 근처 카페에 갔다고 합니다. 거기서 라테아트를 접하게 되는데요. 주문한 라떼에 작은 하트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 굉장한 위안을 얻었다고 합니다. NHK 인터뷰에서 가와나베씨는 "당시 나는 고독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이런 상냥한 대접에 마음이 따뜻해졌다"라며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고 다짐하게 되죠. 그렇게 라테아트를 배우고 자활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으며 대인 기피증을 극복해나가는 노력도 하게 됩니다. 노력 끝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무려 3년간 지속하는 경험을 쌓게 되죠.
그렇게 자활 센터의 다른 사람과 함께 점장, 부점장을 맡아 카페를 차리게 됐는데요. 정신질환이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이야기하는 카페를 만들게 됩니다. 이 카페가 있는 지바현 후나바시시에는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카페들이 밀집해있는데, 카페 '콧소리'는 여기서 치유계 카페로 입소문이 나게 됩니다. 콧소리(こっそり)는 일본어로 눈치를 보며 살짝, 몰래 하는 모양을 뜻하는 말인데요.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던 가와나베씨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부분입니다.
이곳에는 특별한 메뉴판이 있습니다. 가와나베씨를 비롯해 일하는 직원들이 전부 마음의 병을 앓았던 사람들인데요. 각자 어떤 증상이 있었고 어떻게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는지에 대한 경험을 게재했습니다. 직원들이 경험을 설명하고 고객과의 거리를 좁힌다는 것인데요. 여기에 가와나베씨의 특기인 라테아트를 통해 대화를 시작하고 마음의 고민을 터놓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콘셉트 덕분에 이곳은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카페가 되었다고 해요. 단골손님도 늘어났고, 자신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의 고민을 털어놓으려고 오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가령 발달장애 아이를 둔 어머니가 "아이가 친구를 만들기 어려워한다. 내가 참견하면 바로 시끄럽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수 있느냐"라고 질문하면 "조언보다는 안심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해준다고 합니다. 고립·은둔 청년을 위해 우리나라도 일경험 사업 등 여러 대책 마련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정책도 정책이지만 이렇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또 다른 사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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