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없는 섬마을서 119 영상 지도로 심폐소생술 시행…충북소방헬기·전북소방 구급차 긴급 투입
신속한 119 신고와 영상통화를 통한 심폐소생술 안내, 기관 간 유기적인 공조로 구급차조차 없는 의료 사각지대에서 심장이 멈춘 70대 남성이 극적으로 생명을 되찾았다.
4일 충남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3시 29분께 보령시 녹도 마을회관에서 70대 A씨가 회의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신고가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됐다. 상황을 접수한 송주희 소방교는 심정지로 판단, 구급상황관리팀 최진주 소방교에게 즉시 전화를 연결했다.
최 소방교는 곧바로 신고자와 영상통화를 연결해 현장 상황을 확인했다. 주민들이 당황해 우왕좌왕하는 상황 속에서 그는 "한 명만 말씀하시고, 모두 귀 기울여 달라"며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한 뒤, 주변 주민에게 심폐소생술을 지도했다.
가슴 압박 위치, 압박 강도 등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며 독려했고,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 방법도 설명해 전기 충격을 시도하게 했다.
신고 접수 후 15분 만에 A씨는 얼굴을 찡그리며 의식을 되찾았고, 맥박도 확인됐다. 하지만 활력 징후가 불안정한 상태로 긴급 이송이 필요했다.
충남소방헬기는 정비로 출동이 불가능했으나 충북소방헬기가 청주공항에서 이륙해 약 35분 만에 녹도에 도착했고, A씨를 전북 익산 원광대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 이송에는 전북소방 구급차도 협조했다.
원광대병원은 헬기 이착륙이 가능하고 A씨의 기저질환에 대응 가능한 의료진이 있어 최종 목적지로 결정됐다.
치료를 받은 A씨는 현재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최 소방교는 "신속한 신고, 주민의 응급처치 시도, 소방청 간 긴밀한 공조가 모두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앞으로도 도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심정지는 심장이 멈춰 혈액 순환이 중단되는 치명적인 상황으로,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
충남도는 민선8기 이후 노인을 대상으로 마을회관, 경로당 등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지속해오고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충남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도내 심정지 환자 수는 2022년 1744명, 2023년 1590명, 2024년 1521명으로 감소 추세이며, 같은 기간 소생률은 11.3%, 11.5%, 11.6%로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충청취재본부 이병렬 기자 lby44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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