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표 조작해 수행기관 순위 뒤바꿔
문서 위조·원본 폐기…징역형 집행유예
법원 "대가성 없어 유착은 인정 안 돼"
공공사업 수행기관 선정 관련 평가표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한유원) 전(前) 직원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4일 정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한유원에서 팀장으로 근무했던 A씨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 재판에서 최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수행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23년 해외쇼핑몰 입점지원 사업 수행기관 선정 과정에서 평가 결과를 임의로 수정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평가위원들의 원본 평가표 중 2위였던 B사의 점수를 낮추고, 3위였던 C사의 점수를 올려 두 기관의 순위를 뒤바꾼 것으로 의심받는다. 평가위원 명의로 임의 서명한 평가표를 정식 문서처럼 타 부서에 제출한 뒤, 실제 평가표 원본은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사업은 총 5억800만원 규모로 2개 수행기관을 선정해 각 2억500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선정된 수행기관은 입점기획, 마케팅 등을 통해 소상공인의 해외 온라인몰 진출을 돕는다. 당시 160여개 소상공인이 해당 사업에 신청했다.
A씨와 최종 선정된 C사는 수행기관 선정 약 3주 전 처음 소개를 통해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유원(당시 중소기업유통센터)은 사건 발생 직후 A씨를 면직 처리하고 수사당국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A씨는 감사 당시 "B사는 직원 수가 5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위탁업무 중심의 벤더형 사업체로, 사업 적합성이 낮다고 판단해 평가 점수를 자의적으로 조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이의 유착이나 대가관계는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공사업에 선정될 기관에 관한 평가표를 조작해 결과를 바꾼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하면서도 A씨가 개인적 이익을 취한 정황이 없고 피해 회사 측도 선처를 요청한 점 등을 고려해 형 집행을 유예했다.
1995년 설립된 한유원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판로 개척 및 온라인 유통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사명을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현재 명칭으로 변경했으며, 중소기업 전용 오프라인 매장인 '행복한백화점' 운영을 비롯해 다양한 정부 위탁사업을 맡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는 2021년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은 이후 2022년 4등급, 2023년에는 3등급으로 점차 개선된 평가를 받았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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