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 'HD건설기계' 통합
컴팩트 부문 전략적 주력산업군으로 육성… 풀라인업 구축
북미·유럽 등 2030년까지 2만2000대 판매… 업계 1위 추격
HD현대가 소형 건설기계(컴팩트) 부문을 별도 조직으로 독립 운영하기로 했다. 그동안 비중이 작아 별도 조직 없이 운영돼 왔던 컴팩트 부문 사업을 전략적 주력군으로 격상하는 조치로, HD현대 건설기계 사업구조의 전환점을 의미한다.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면서 소형 건설장비 강자인 두산밥캣과 시장 주도권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내년 두 회사를 통합한 'HD건설기계(가칭)'를 출범시키고 컴팩트와 애프터마켓(AM) 사업을 각각 독립된 전문 조직 체제로 재편할 방침이다. 특히 컴팩트 장비 사업은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채널 경쟁력을 높이고 전담 인력과 투자 기반을 별도로 확보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개편은 소형 장비를 독립된 사업 단위로 설정하고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는 HD현대의 전략을 담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2023년 글로벌 건설장비 전시회인 미국 'CONEXPO 2023'에서 처음 공개한 디벨론(DEVELON) 콤팩트 트랙로더(DTL35) 모델. HD현대사이트솔루션 제공
HD현대는 조직 개편을 통해 2027년까지 트랙로더, 스키드로더, 휠로더 등 부족한 제품군을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또 북미 동부·서부의 공백 지역을 중심으로 전담 딜러망을 구축해 2030년까지 채널 커버리지(딜러망을 통해 장비 판매·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의 비율)를 98%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딜러 전담 체계를 강화하고 판매 기종을 다양화해 시장 대응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목표 판매량은 지난해 9000대 수준에서 2030년 2만2000대까지 확대된다. 이는 연평균 약 13%의 성장률(CAGR)에 해당한다.
HD현대는 그동안 중대형 장비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왔다. 소형인 컴팩트 부문은 전담 조직 없이 분산된 형태로 운영돼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렸다. 내부에서도 "중형 장비에 리소스가 집중돼 실행 속도가 느렸던 측면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달 영국 건설중장비 전문지 KHL이 발표한 전 세계 건설기계 기업 순위(옐로테이블)를 살펴보면 작년 기준 HD현대인프라코어는 글로벌 21위, HD현대건설기계는 25위였다. 양사 매출을 단순 합산할 경우 14위 수준이다. 여기에 컴팩트 부문 판매량을 2030년 2배 이상 확대할 경우 글로벌 톱10 진입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전략은 국내 건기 부문 1위 기업인 두산밥캣과의 본격 경쟁을 염두에 둔 행보로도 해석된다. 두산밥캣은 북미·유럽을 주력 시장으로 하는 소형 건설기계 특화 기업으로, 전체 매출의 78%를 소형장비(컴팩트) 부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컴팩트 장비 매출만 48억7945만 달러(약 6조7000억원)에 달하며 글로벌 순위는 11위를 기록했다. 강력한 유통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북미 시장 내 점유율은 40% 이상으로 추산된다.
두산밥캣도 HD현대의 컴팩트 부문 강화 움직임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2030년까지 2만2000대라는 판매 목표는 공격적인 수치"라며 "기존 중대형 위주 포지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뚜렷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HD현대는 이번 합병을 통해 엔진 내재화 확대, 애프터마켓(AM) 고도화, 전동화·스마트 건설기계 등 전략 사업도 병행 강화할 계획이다. 자사 장비에 들어가는 엔진의 자가화 비율을 2030년까지 70~80%로 높이고 AM 부문 매출은 2024년 6500억원에서 2030년 1조4000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HD현대 측은 "컴팩부터 초대형 장비를 아우르는 건설기계 풀라인업을 구축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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