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노후 차량 연료 판매 금지
휘발유 15년·디젤 10년 넘은 차량 대상
초미세먼지 WHO 권고 기준의 18배
세계 최악의 대기 오염 도시로 꼽히는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노후 차량에 연료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연합뉴스는 1일(현지시간) AFP통신을 인용해 "이날부터 뉴델리에서 휘발유 차량은 운행한 지 15년, 디젤 차량은 10년이 넘었다면 연료를 넣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뉴델리에서 노후 차량을 사실상 퇴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날 뉴델리 주유소 곳곳에는 경찰과 시청 직원들이 배치됐고, 차량 번호판 인식 카메라와 확성기도 설치됐다. 한 주유소에 배치된 교통 경찰관은 AFP에 "노후 차량이 들어오면 바로 폐차업자에게 연락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뉴델리 인근 위성도시로도 확대될 예정이며, 대상 지역 전체 인구는 3200만명에 달한다.
인도의 대기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적인 권위의 의학 학술지 '랜싯'은 지난 2019년 인도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해 167만명이 숨지고, 368억달러(당시 약 40조 5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대기오염이 폐암,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신생아 장애, 호흡기 질환 등 질병 증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스위스 공기 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가 발표한 '2024 전 세계 공기 질 보고서'에 따르면 뉴델리는 지난해 전 세계 수도 가운데 대기질이 가장 나빴다. 뉴델리의 지난해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91.6㎍/㎥를 기록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기준인 5㎍/㎥보다 18배나 높았다. 지난해 11월 한때 PM2.5 농도는 980㎍/㎥를 기록해 일일 최대치(15㎍/㎥)의 6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이미 지난 2018년 휘발유 차량은 15년, 디젤 차량은 10년이 넘은 경우 뉴델리 도로에서 주행을 금지하는 판결을 한 바 있다. 그런데도 현재 노후 차량 600만 대가 운행 중이다. 노후 차량뿐만 아니라 석탄 화력 발전소와 공장 등지에서 매연이 발생하고, 농촌에서 논밭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소각해 대기오염이 더 나빠지는 추세다.
인도의 대기질은 1∼9월은 대체로 보통 수준을 보이지만 10∼12월에는 심각하게 악화한다. 이 시기 인도 북부 펀자브주와 하리아나주의 화전민들이 농경지를 태운 연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고, 10월 말∼11월 중순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제' 때 폭죽까지 대량으로 터뜨리기 때문이다. 기온이 낮고 바람이 적은 탓에 대기오염은 심각한 채로 유지된다. 그동안 인도 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물안개 살포 차량을 운용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시도했으나, 눈에 띄는 효과를 내진 못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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