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투자 2조2400억…전년比 26.9%↓
AI·바이오·해외 자본 모두 위축 흐름
정부 추경·정책 드라이브에 업계 촉각
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전년에 견줘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투자 혹한기라던 지난해에도 비교적 선방했던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분야 투자까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벤처·스타트업 자금 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3일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9% 감소한 2조240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투자 건수도 37.6% 줄어든 455건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되고 정부가 모태펀드 예산을 확대키로 하는 등 통화·정책 환경에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가 시장에 좀처럼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투자 선호도가 높은 바이오·헬스케어와 메가트렌드로 꼽히는 AI 분야도 이런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상반기 국내 AI 분야 벤처스타트업 대상 투자 건수는 77건으로 36.9% 감소했고, 투자 금액도 44.1% 내린 3099억원에 그쳤다. 전체 피투자기업 중 가장 비중이 높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투자 금액도 21.9% 줄었다.
더브이씨는 "AI 기업 투자 건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 벤처투자 불황에도 2021~2022년 호황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데 대한 착시로 볼 수 있다"면서 "다만 투자금 규모까지 줄어든 것을 보면 AI 스타트업도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도 뚜렷해지고 있다. 1분기까지만 해도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금액이 20% 이상 늘며 반짝 회복세를 보였지만 상반기 기준 27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6% 감소했다. 해외 투자자가 참여한 투자 건수 역시 76건으로 18.3% 줄었다. 단기적으로는 전체 투자 대비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투자에서 해외 자본의 비중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해외 투자자의 투자 금액 점유율은 2021년 28.4%에서 2023년 12.4%까지 감소했고, 지난해 14.1%로 소폭 반등한 뒤 올 상반기 다시 12.3%로 하락했다.
벤처투자 한파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사정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벤처기업협회가 최근 발표한 '2분기 벤처기업 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3분기 자금 상황 전망치는 96.3으로 전 분기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3분기 경기 개선 요인 중 '자금 사정이 원활하다'는 응답 비율이 전 분기 40.8%에서 19.9%로 크게 줄면서 투자 유입 불확실성이 체감 경기 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정부는 추경을 통해 벤처투자 시장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4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 추가 출자안을 포함한 제2차 추경 예산안을 발표했다. 또 이재명 정부가 벤처투자 시장을 연간 4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만큼, 정책적 드라이브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모태펀드 자금 공급만으로는 당장의 체감 회복을 이끌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 회수 시장의 안정화, 글로벌 투자자 신뢰 회복 등이 병행돼야 벤처투자 생태계의 온기가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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