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장성 에어컨 설치 노동자 사망 사건
경찰 과실치사 송치 불구 노동청은 '무혐의'
“작업 중단·휴식, 이제 법으로 지켜야 할 권리”
"우리는 무엇을 구조하고, 누구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사회입니까?"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 실외 노동자들의 생존은 여전히 개인의 책임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8월 19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광주·전남 노동안전보건지킴이 폭염 중대재해 방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폭염에 쓰러져 숨진 20대 노동자의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13일 전남 장성군의 한 중학교 급식실. 입사 이틀째였던 27세 청년 노동자 양준혁 씨가 에어컨 설치 작업 도중 열사병 증세로 쓰러졌다. 회사는 곧장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양 씨는 학교 화단에 누워 50분 넘게 방치됐다. 그제야 119 신고가 이뤄졌고,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열사병이었다.
2일 고용노동안전지킴이 손상용 운영위원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구조적 재난'이라고 말한다. 손 위원장은 "열사병은 체온 조절이 무너지는 급성질환으로, 사망률이 절반을 넘는다"며 "하지만 대부분 현장에선 적절한 대응 체계도, 쉴 공간도 없다"고 했다.
손 위원장은 '물·그늘·휴식'이라는 고용노동부 지침이 현장에선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휴식은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됐고, 하청이나 이주노동자들은 쉬기조차 어렵다"며 "물만 주면 끝이라는 인식이 많고, 휴게시설은 너무 멀거나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양 씨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은 지난해 12월 하청업체 유진테크시스템 대표와 현장 책임자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광주지방노동청은 올해 6월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와 유진테크시스템 관계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실내 작업이었고, 현장에 물이 있었기 때문에 예방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손 위원장은 "열사병 증상을 동료들이 목격했고, 구조 요청이 한참 뒤에야 이뤄졌음에도 노동청은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며 "유가족은 이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구조 자체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폭염 특보 시 작업 중지를 의무화하고, 이에 따른 임금보전도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냉방시설과 음수대, 휴게공간 설치 역시 강제돼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위원장은 "이건 단지 날씨 문제가 아니다"며 "법과 제도가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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