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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폭염 속 전봇대 위 “멈출 틈 없는 22,900V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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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외엔 쉴 틈 없어 “30분만 일해도 땀 범벅”
작업 끝나면 어깨 아래 소금기 선명한 흰 흔적
“작업중지권으론 부족…폭염 대응 법제화 시급”

야외 고소작업차에 올라 전선을 정비 중인 전기 노동자. 송보현 기자

야외 고소작업차에 올라 전선을 정비 중인 전기 노동자. 송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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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도 재난입니다. 그런데 재난이 와도 현장 노동자는 멈추질 못합니다."


2일 오후 광주 남구 원산동 논밭 한가운데. 전봇대 위에서 한 노동자가 땀에 젖은 작업복을 입은 채 활선을 손질하고 있었다. 이들이 다루는 전기는 2만2,900V. 공중에 매달린 채 생전기를 만지는 이 고위험 작업은 '스틱 간접 공법'이라 불린다. 공법이 바뀌었어도, 햇볕 아래서 감전 위험을 감수하는 구조는 그대로다.

이들은 "봄·여름·가을·겨울, 날씨가 어떻든 현장은 같다. 특히 여름엔 더 심각하다. 계속 햇볕에 노출된 채 일하는데, 점심시간 외엔 쉬는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작업을 모두 마친 뒤 옷을 벗으면 어깨 아래로 소금기 가득한 흰 선이 남는다. 열사병 초기증상을 느낀 적도 많지만, 공사를 멈추긴 어렵다. "작업의 연속성이 있어 잠깐 멈췄다 다시 하기 어렵다. 오늘처럼 햇볕이 뜨거운 날엔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4도. 체감온도는 35도를 넘겼다. 광주·전남 22개 시군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전봇대 위 노동자들의 고된 작업은 쉼 없이 이어졌다. 작업을 마치고 내려온 노동자들이 얼음물을 연신 들이켜며 붉게 상기된 얼굴을 식히는 모습이 이어졌다.

여름철 햇볕 아래 고공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노동자들. 송보현 기자

여름철 햇볕 아래 고공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노동자들. 송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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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관계자는 "최근엔 감전 방지를 위해 일부 구간은 전기를 차단하고 있지만, 시작과 끝은 여전히 전기가 살아 있다. 손으로 닿는 위치에서 감전 사고가 날 수 있어 정신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미 피부암이 '직업성 질환'으로 인정받을 만큼 장기간 햇볕에 노출돼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장 관계자는 "날이 더울 땐 오후 2시쯤 전기를 끊고 작업을 중단하도록 법으로 정해줬으면 좋겠다. 민간·공공 가릴 것 없이 실외 노동자들을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의 실외 노동자들도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건설노동자, 택배기사, 에어컨 설치 기사 등도 폭염 속에 그대로 방치된 채 일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전남 장성의 한 중학교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던 20대 노동자가 폭염 속에 쓰러져 숨진 사건도 있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 중지 규정으로도 폭염 대응이 가능하다"며 법제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까지도 별도의 입장 변화는 없다.

강한 햇빛 아래 전신주 전선 교체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 송보현 기자

강한 햇빛 아래 전신주 전선 교체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 송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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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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