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자동·중림동 쪽방촌 가보니
취약계층 주거, 근본적 해결 필요
"날이 너무 더워서 도저히 방 안에 있을 수가 없어요."
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쪽방촌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곳 주민들은 집 밖을 나와 공원에서 더위를 식히거나 그늘이 진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여기저기서 "덥다"는 한숨이 들렸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총 52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3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온열질환자는 1.3배, 사망자는 1.5배 증가했다. 온열질환자 중 65세 이상이 30.5%를 차지하고 있어 고령층의 폭염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에서 만난 전인화씨(70)는 "에어컨이 어디 있겠느냐. 그나마 있는 선풍기도 33도가 넘어가니 뜨거운 바람이 나와서 쓸 게 못 된다"며 "공원에 앉아있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윤영식씨(72)는 "집주인들이 에어컨을 설치해주면 전기료는 세입자가 내면 되는데 쪽방촌에 그런 곳은 거의 없다"며 "난 돈을 모아서 에어컨을 달았지만 가스 배관도 설치가 안 된 건물은 에어컨은 상상도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에는 주민들의 더위를 식혀주기 위한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만 설치돼 있다.
에어컨이 설치된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다. 김모씨(65)는 "이거라도 있는 게 어딘가"라며 "방마다 에어컨이 있는 건 아니고 복도에만 설치돼 있는 것이라 문을 닫으면 시원하지 않다"고 한탄했다. 조권환씨(53)는 "에어컨은 없지만 더울 땐 공원도 다녀오고 남산도 다녀오고 한다"고 했다.
서울 중구 중림동 쪽방촌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모씨(69)는 "방 안에 있는 것보다 이렇게 밖에서 앉아 있는 게 훨씬 시원하다"며 "여름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갈현숙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전보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럴 때만 관심을 갖고 일시적인 지원을 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며 "이들에게 공공주택을 제공하든 시설 개선을 해주든 결국 필요한 건 돈이기 때문에 국가가 공격적인 복지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