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사이에 '양도한다'는 의사가 있는지를 불문하고, 과세 관청이 양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반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9-3부(재판장 김형배 김무신 김동완 고법판사)는 5월 8일 A씨가 서울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2024누46196)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패소한 반포세무서가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5월 31일 그대로 확정됐다.
[사실관계]
A씨는 1995년 3월 사망한 B씨의 자녀로, 2004년경 B씨의 장남인 C씨를 상대로 상속권 회복 및 유류분 반환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당시 판결에서는 C씨가 A씨 등에게 서울 종로구 부동산 등 일부 지분에 대해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고, 원물 반환이 불가능한 나머지 부동산에 대해선 가액으로 반환하라고 했다.
C씨는 A씨 등 유류분 권리자들에게 판결에서 확정된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다른 유류분 권리자인 D씨는 C씨 명의로 된 부동산에 대해 강제 경매를 신청했다. 이를 통해 A씨는 매각 대금 중 민사 확정 판결상 원금 4억4000여 만 원 등을 배당받았다.
반포세무서는 A씨 등이 C씨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했을 때 이미 제3자들에게 매도돼 원물 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가액 반환 대상 부동산 중 A씨의 유류분에 상당하는 지분을 A씨가 상속 개시일에 취득했다가 강제 경매 과정에서 배당이 이뤄진 2014년 6월에 양도한 것으로 보고, A씨가 배당받은 원금 4억4000여만 원을 양도가액으로 산정해 A 씨에게 양도소득세 1억5000여만 원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해당 금원은 원물 반환이 불가능함에 따라 가액 반환을 받은 것으로 애당초 양도소득세의 과세 대상으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C씨는 상속 재산에 포함된 해당 부동산을 관련 판결이 나오기 훨씬 이전에 제3자에게 양도했는 바, 가액 반환 대상 부동산의 양도에 대해서는 C씨만을 양도소득세 납세의무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판단]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반포세무서의 부과 처분은 A씨가 4억4000여 만 원을 배당받은 것이 세법상 '양도'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나, '양도'로 삼을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A씨는 단지 자신이 침해당한 유류분의 반환을 구할 권리를 C 씨를 상대로 행사했을 뿐이고, 관련 민사 판결을 통해 A 씨에게 응당 속했어야 할 몫을 원물이 아닌 가액 반환의 방식으로 돌려받기로 정해졌으며 그에 따라 이 사건 금원을 경매 절차에서 배당받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심 판단]
항소심 재판부도 반포세무서의 부과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반포세무서의 부과 처분이 이중 부과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금원 4억4000여 만 원의 양도 시기는 C 씨가 가액 반환 대상 부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한 1996년 5월 또는 2001년 3월이라 할 것이고, 이에 대해 과세 관청은 이미 C 씨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했을 것"이라며 "따라서 이중 부과의 위법이 존재해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 사이에 양도의 의사가 있는지를 불문하고 자산 이전 및 그에 상응하는 금원의 취득이라는 결과만을 가지고 곧바로 금원을 취득한 자가 해당 자산을 양도한 것이라고 의제한다는 등의 소득세법상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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