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엔지니어 300만~700만달러
최상위급 1000만달러 웃돌아
스타트업 재정적 부담
고액연봉에 미 쏠림 심화
"인공지능(AI) 인재 전쟁이 불붙었다(The AI talent wars are white hot)."
1일(현지시간)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같은 기사 제목을 통해 최근 AI 분야의 인재 확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연구자와 엔지니어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타, 오픈AI 등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슈퍼스타급' 인재 영입에 나서면서다. 이 같은 과도한 보상 경쟁은 미국으로의 인재 쏠림과 유럽의 두뇌 유출을 부추기는 동시에 기업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I 엔지니어의 연간 보상 패키지는 일반적으로 300만~700만달러에 이르며 이는 2022년 대비 약 50% 오른 수준이다. 최상위급 인재의 경우 연봉이 1000만달러(약 138억원)를 웃돌기도 한다. AI 인재의 치솟는 몸값과 치열한 채용 경쟁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2022년 말 챗GPT가 출시된 이후 AI 연구자 채용은 마치 프로 스포츠 선수 영입전처럼 격화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메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일부 빅테크들이 고액 연봉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인재 모시기에 나서면서 AI 인재 확보 경쟁이 한층 과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사의 최신 거대언어모델(LLM) 'Llama 4'가 추론력·코딩 능력 평가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은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업계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그는 경쟁사인 오픈AI 인력에까지 손을 뻗쳤는데, 실제 일부 핵심 인재를 빼가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메타가 초지능 프로젝트를 위해 오픈AI에서 연구원 3명을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오픈AI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제공하지만 메타는 이를 뛰어넘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샘 올트먼 CEO는 메타가 오픈AI의 최고급 AI 엔지니어에게 최대 1억달러 규모의 계약금(sign-on bonus)을 제안했다고 했다. 마크 첸 오픈AI 최고연구책임자(CRO)는 내부 메모에서 "마치 누군가 우리 집에 침입해 무언가를 훔쳐 간 느낌"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리비에라 파트너스 카일 랭워디 AI 전문 헤드헌터는 "최근 몇 년 사이 이 경쟁은 거의 광적일 만큼 격렬해졌다"며 "일부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I 인재 확보 경쟁의 과열은 스타트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액 연봉을 감당하기 어려운 일부 스타트업은 미국보다 인건비가 낮은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술채용 전문기업 해리슨클라크에 따르면 빅테크에서 중간고위급 연구원의 총보상 규모는 현재 50만~200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2022년 당시 40만~90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한 기준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오픈소스 AI 스타트업 허깅페이스의 토머스 울프 공동창업자는 "베이 에어리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1명을 고용할 비용이면 유럽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인재를 3~4명 채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미국 고용 비용 부담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얘기다.
고연봉을 좇는 AI 인재들의 미국 선호 현상이 가속하면서 유럽에서는 AI '두뇌 유출(brain drain)'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이버 보안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버뉴스는 "중동을 비롯한 유럽의 AI 인재들이 더 많은 보상과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떠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AI 인재 확보를 위한 보상 경쟁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재정적 부담과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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