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中 저가 공세 영향
투자 이끌 정책 뒷받침돼야
최근 미국 언론이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일관제철소 투자 계획을 다시 언급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현대제철은 미국 제조업 부문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 중"이라며 "미국 시장에 장기적 신뢰를 보낸 사례"라고 소개했다. 미국 상무부가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이전 분기 대비 34% 가까이 줄었다는 통계를 발표하면서 현대제철 투자를 모범 사례로 부각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정반대다. 공장이 멈춰 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봉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인천 철근공장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당진공장 역시 지난달 29일부터 철근 생산을 중단했다. 표면적 이유는 여름철 정기 대보수지만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부진과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등으로 경영의 어려움 반영된 결과란 해석이 나온다.
현장에서도 "전기료와 원가 부담, 중국산 저가 공세가 겹쳤다"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국내 철강 가격은 원가 수준에도 못 미치고 전기료 인상분은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철근 가격은 70만원대 초반까지 밀렸지만 중국산 저가 물량은 그보다도 싸게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철강업체로선 출혈 경쟁을 감내하느니 차라리 설비를 멈추는 쪽을 택한 셈이다. 결국 현대제철이 택한 '셧다운'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는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기업이 국내 공장을 멈추는 건 정책 환경과 무관치 않다. 기업은 효율을 좇는다. 이는 자연스러운 생존 방식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법인세 감면 등을 통해 현지 생산 유인을 강화해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요 부진에도 뾰족한 대응책 없이 '시장에 맡기겠다'는 기조가 강하다. 수년 전부터 경고된 구조적 과잉에도 산업전략은 따라오지 않았다.
지난달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철강 산업의 탈탄소 전환과 지역산단 회복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기술적 지원과 특별지역 지정, 통상 대응 방안 등을 포함한 포괄적 정책 체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철강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철강업계에선 이를 두고 "지도는 있지만, 나침반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국내 공장이 멈추는 걸 민간 탓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산업정책 공백이 초래한 현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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