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 전용 기차 '로열 트레인' 폐지
1869년 도입돼 엘리자베스 2세 애용
유지 비용 8000만원인데 이용 2번뿐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애지중지하던 것으로 알려진 왕실 전용 기차 '로열 트레인'이 오는 2027년을 끝으로 폐지될 방침이다. 연합뉴스는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일간 텔레그레프를 인용해 "빅토리아 여왕 재위 중 도입된 '로열 트레인'이 관리 비용 절감 차원에서 2027년 폐지된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열 트레인은 지난 1869년 빅토리아 여왕이 왕실을 위한 특별 기차를 주문한 데서 시작됐다. 조지 5세는 1차 대전 중에 세계 최초로 기차 내 욕조를 설치했다. 전시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지 않고 기차 내에서 숙박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현재 이용 중인 열차는 지난 1977년 새로 제작돼 1986년 개조를 마쳤다. 식당과 침대칸, 욕실 등을 갖춘 9칸짜리로 알려져 있다.
로열 트레인은 그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50주년(2002년), 즉위 60주년(2012년) 행사에 동원됐고 왕족의 지방 방문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등 여왕 재위기에 자주 활용됐다. 다만 철도 이용이 줄고 항공 이용이 늘면서 전용 기차 관리에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발표된 지난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왕실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로열 트레인은 단 두 차례 사용됐지만, 유지·관리 비용에는 4만 4000파운드(약 8200만원)가 들었다. 55차례 전용기 사용에는 약 60만파운드(11억 2000만원)가 들었고, 기타 항공편 이용에는 12만 6000파운드(2억 3000만원)가 들었다. 141차례 헬기 여행에도 47만 5000파운드(8억 8000만원)가 들었다.
앞서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임 시절인 지난 1997년 긴축 재정 차원에서 해외 국빈 방문용으로 쓰던 왕실 전용 요트 '브리타니아호'를 퇴역시킨 바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찰스 3세가 전용 열차를 애지중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어머니가 요트 퇴역 행사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격앙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왕실 재정을 전담하는 제임스 차머스는 "왕실의 많은 부분이 현대화돼 오늘날 추세를 반영하는 만큼 (노후한) 전용 열차도 작별을 고할 때가 됐다"며 "절감되는 비용은 다른 부문에 적절히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왕실 교부금은 4년 연속 8630만파운드(약 1607억 원)로 고정됐다. 이에 대해 왕실 측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수령액은 오히려 줄었다"며 "물가 인상률을 제대로 반영했다면 지금은 연간 1억 600만파운드가 됐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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