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 NC AI 대표 인터뷰
엔씨소프트 R&D서 시작
10여년 만인 올 2월 분사
음성합성, 3차원 생성 기술
게임 캐릭터 만드는 데 도움
MLB 등 패션기업들도 활용
하나의 '대작 게임' 안에는 수많은 기술이 녹아 있다.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감정에 따라 동작을 바꾸고 전 세계 이용자를 위해 게임 속 은어까지 번역해 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엔씨소프트 는 2014년부터 인공지능(AI)이 이런 기술을 구현하도록 연구개발(R&D) 조직을 만들었다. 팀원 넷으로 출발한 이 조직은 게임을 위해 쌓아 온 AI 기술이 다른 산업군에 활용될 수 있도록 확장을 거듭했고 지난 2월 기술 전문 기업 'NC AI'로 분사했다.
초대 수장인 이연수 NC AI 대표는 엔씨소프트 AI 발전사의 산증인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에서 만난 이 대표는 "10여년간 게임을 개발하면서 축적한 AI 기술을 사업화하자 다른 게임사는 물론 미디어 기업과 패션 회사의 반응도 뜨겁다"며 "분사 이후 직접 고객사를 만나고 니즈(수요)를 파악하면서 구성원 모두 치열하게 AI 기술 상용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 컴퓨터학과에서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마친 이 대표는 2014년 8월 엔씨소프트 'AI랩' 팀원으로 합류했다. 2016년 1월 'NLP(자연어처리)랩' 팀장에 올랐고 NLP랩 실장과 NLP센터장을 거치며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바르코' 개발에 앞장섰다. 지난해 1월 AI R&D를 총괄하는 엔씨리서치 본부장에 오른 뒤 그해 연말 물적분할 자회사인 NC AI 대표로 낙점됐다.
게임업계가 환호한 AI 기술은 '음성합성(TTS)'과 '3차원(D) 생성'이다. 이 대표는 "게임 캐릭터가 대화할 땐 연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딱딱한 말투의 기존 TTS 기술로는 부자연스럽다"며 "전문 성우를 섭외하고 녹음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이어 "목소리에 따라 캐릭터 입이나 표정을 하나하나 바꾸는 일은 품이 많이 드는 탓에 중견·인디 게임사뿐 아니라 경쟁사인 대형 게임사들도 3D 생성 기술을 테스트 중"이라고 했다.
'AI 더빙' 기술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안성맞춤이다.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TTS에서 한단계 나아가 실제 인물의 목소리 톤과 감정을 재현한 뒤 10여개 언어로 자동 번역해 주는 기술이다. 게임사의 자회사답게 채팅 은어나 줄임말까지 현지 문화에 맞는 단어로 변환해 준다. 이 대표는 "해외에는 자막보다 더빙을 선호하는 나라가 많은데 AI 더빙 기술은 영화나 드라마를 수출할 때도 도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임 AI와 패션의 이색적인 만남도 있다. MLB·디스커버리 브랜드를 보유한 F&F 등 국내 주요 패션기업 10곳이 NC AI 기술을 활용한다. 이 대표는 "신상품 기획 같은 시각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에서 인건비가 70~8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일명 '착용샷'은 없고 옷 사진만 달랑 보여주는 인터넷 쇼핑몰이 많은데 NC AI 기술은 재질이나 핏 왜곡 없이 의류 착용사진 만들어준다"며 "AI 이미지 생성 업체 '미드저니'는 선정성을 이유로 언더웨어 사진 생성을 거부하는 반면, 우리는 기업간거래(B2B)인 만큼 언더웨어 브랜드에도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4명의 AI 인력으로 시작한 엔씨소프트 R&D 조직은 현재 연구원만 160여명, 총 직원 200명에 달하는 기술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각 연구실을 돌아다니면서 누가 졸업하는지 매 학기 확인하고 졸업 직전에 다시 찾아가는 등 발품을 팔았다"며 "매년 4~5개 연구실과 산학협력 과제를 진행하면서 연구실 구성원까지 '내 직원이다' '우리 팀이다' 생각하면서 사람을 구했다"고 했다.
이른바 '남초' 업종에서 대표 자리까지 오른 방법으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위로 가면 갈수록 여자가 없고 남자의 문법으로 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여자가 많아지면 좋겠지만 당장은 쉽지 않으니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목표 중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NC AI가 바라보는 미래 기술은 '세상의 모든 것을 3D로 만든 공간'이다. 그는 "이 공간은 AI를 학습시키는 훈련장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자동차나 로봇, 드론 같은 기기를 상용화하려면 '눈 오는 날' '갑자기 뛰어드는 사람' 같은 상황도 겪어 봐야 하는데 현실에서 재현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0년 내 세상을 3D로 구현하고 AI 탑재 기기들을 훈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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