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안 상원 통과…2일 하원 표결
재정적자 우려에도 시장 반응 제한적
트럼프, 관세 유예 연장에 부정적 입장 재확인
"日 관세 24%→30~35% 상향" 경고
파월은 "관세 없었다면 금리 더 내렸을 것"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하반기 첫 거래일인 1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지날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뒤 상승 피로감을 느낀 시장은 이날 차익실현에 나서며 숨 고르기 장세를 나타냈다. 미 의회 상원은 이날 대규모 재정 적자를 초래할 감세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국채 및 달러 등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00.17포인트(0.91%) 상승한 4만4494.94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6.94포인트(0.11%) 내린 6198.0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66.85포인트(0.82%) 하락한 2만202.89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이날 대형 기술주를 팔아치우고 소형주 위주로 매수하는 흐름을 보였다. 테슬라는 5.34% 급락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감세안을 비판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머스크 CEO가 운영하는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삭감을 언급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다른 기술주도 대체로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2.97%, 마이크로소프트(MS)는 1.08%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암젠은 4.05% 오르고 머크와 존슨앤드존슨은 각각 3.41%, 2.08% 상승하는 등 헬스케어 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시장의 주목을 끈 이슈는 대규모 감세 법안의 상원 통과였다. 상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국정 의제를 담은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찬성 51표, 반대 50표로 가결했다. 하원은 일부 조항이 수정된 상원안을 2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 법안이 재정 적자를 늘리고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예산을 삭감한다는 점에서 하원에서도 순탄한 통과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재정 적자 급증으로 인한 국가 부채 확대 우려가 큰데 미 의회예산국(CBO)은 상원안을 기준으로 2034년까지 재정적자가 3조300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재정 적자 우려에도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미 국채 금리는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기준 전일 대비 4bp(1bp=0.01%포인트) 오른 4.25%,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기준 전일보다 6bp 오른 3.78%를 기록 중이다. 이미 이날 오전 오름세를 보이다가 감세안 통과 후 상승폭을 소폭 확대한 수준이다. 이날 오전 미 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5월 구인 건수가 776만9000건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나타낸 뒤 금리 인하 전망이 후퇴한 여파가 컸다. 미 달러화는 약보합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0.13% 하락한 96.36을 기록 중이다.
투자자들은 오는 8일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만료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9일 오전 0시1분을 기해 종료되는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연장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특히 일본과의 무역 합의 가능성은 "회의적"이라며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4%에서 30~35%로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일본은 대규모 쌀 부족에도 우리 쌀을 수입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보내겠다"며 경고한 지 하루 만에 일본을 향해 또다시 날을 세웠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와의 무역 협상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추가 무역 합의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도 이날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 참석해 "관세가 없었다면 금리를 더 내렸을 것"이라며 "우리는 관세 규모를 확인한 뒤 동결 조치를 취했다. 관세로 인한 미국의 모든 인플레이션 전망이 실질적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향후 미국의 최종 관세율과 무역 협상, 금리 경로, 감세안 처리 현황 등이 증시 방향을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월가 일각에서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의 재커리 힐 포트폴리오 관리 수석은 "시장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 같진 않지만 여전히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최근 몇 주간 투자자들이 (매수) 포지션을 확대했기 때문에 이것이 잠재적인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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