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광주’ 착공 앞두고 임대료 변화 감지
상생협약 요구에 “아직 시기상조” 입장차 여전
공존 해법 없는 도시 전환, 삶의 불안은 계속돼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지역과 함께 사는 방안을 찾아야죠."
광주 북구 임동의 한 자영업자는 '더현대 광주' 착공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수년간 찬반 논란이 이어졌지만, 인허가가 마무리된 지금은 공존을 고민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는 2027년 말 또는 2028년 초 개점을 목표로 복합쇼핑몰 착공을 준비 중이다. 연면적 27만3,895㎡ 규모로, 쇼핑·문화·숙박 기능이 모두 포함된 복합시설이다.
북구 일부 상가와 주택은 임대료 상승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 문의가 늘었고, 일부 점포 시세는 1.5배 오른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익은 대로변에 몰리고, 골목상권은 오히려 투자자가 빠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변화가 가시화되자, 지역 소상공인 단체는 공동마케팅, 상생 기금 조성, 지역 청년 고용, 소상공인 제품 입점 확대 등을 제안하며 상생 협약 체결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측은 "구체적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대형 복합쇼핑몰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7년 발표한 '복합쇼핑몰 진출 관련 주변 상권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원지역 복합쇼핑몰 인근 상권은 진출 3년 후 월평균 매출이 29.1% 감소했고, 일일 고객 수는 38.2% 줄었다. 의류·패션·화장품 업종은 매출이 36.6%, 고객 수는 48.6% 감소해 도심 지역일수록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광주시, 북구청, 현대백화점, 소상공인 단체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제도화된 감시 장치 없이 구호만 앞세울 경우 피해는 지역사회에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사업은 단순한 유통시설 개장 문제가 아니다. 소비패턴 변화, 도시구조 재편, 인구 유출 등과 맞물린 도시 전환의 축이다. 한 지역 정책 전문가는 "도시 공간이 누구를 위해 쓰이는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며 "궁극적으로는 시민 삶의 질을 기준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반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처음엔 유동 인구가 늘면 장사도 나아질 줄 알았다"면서도 "요즘엔 임대료가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 더 크고, 단골 손님들도 다른 데로 갈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존을 말하려면 대형몰 안에 우리 같은 작은 가게도 설 수 있는 길이 먼저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누군가는 이곳을 기회라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절벽이라 말한다. 숫자 뒤에 가려진 삶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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