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9만평 공장 부지, 복합쇼핑몰로 재편
국제설계공모·기여금 협상 등 절차 추진
조건부 승인까지, 올해 하반기 착공 예고
"이곳이 다시 살아난다는 말에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지난 1일 광주 북구 임동 전남방직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조심스레 내놓은 말이다. 수년째 '들어온다더라'는 소문만 무성했던 개발 계획이 마침내 현실화되자 기대와 망설임이 교차한다.
이곳은 1935년 일본 가네보가 세운 방직공장으로 시작했다. 해방 이후 매각을 거쳐 전방(주)과 일신방직이 터를 잡으면서 한때 광주 산업화를 이끌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섬유산업 쇠퇴와 공장 노후화로 전방은 2017년, 일신방직은 2019년 생산을 멈췄다. 이후 9만평(약 31만㎡)의 땅은 침묵을 지나 복합쇼핑몰 개발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22년 여름,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에 복합쇼핑몰을 조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을 모델 삼아 광주형 프로젝트로 확장한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그룹은 광역시 중 유일하게 현대백화점이 없는 광주를 전략적 출점지로 낙점했다.
이후 2023년 3월 광주시는 국제지명설계 공모를 통해 사업 외형을 구체화했다. 당선작으로는 덴마크 건축사 어반 에이전시의 '모두를 위한 도시'가 선정됐다. 15분 도시 구상과 녹지 순환망, 역사문화공원 조성 등 지속 가능성을 담은 설계였다.
그해 11월에는 개발이익 환수 방안이 마련됐다. 광주시와 사업자는 총 5,899억원 규모의 공공기여금 중 3,000억원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도로·공원·학교 부지 등 현물로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
2024년 들어 사업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현대백화점은 현지법인 '더현대 광주'를 설립하며 300억원을 출자했고, 같은 해 3월 추가 납입으로 총 600억원을 투자했다. 건축 설계는 스위스의 세계적 건축사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이 맡았으며, 연면적 27만3,895㎡로 '더현대 서울'보다 1.5배 큰 규모다. 복합쇼핑몰 외에도 도심형 호텔, 영화관, 문화시설 등이 포함된다. 이어 12월에는 광주시 도시계획·건축공동위원회가 지구단위계획을 조건부로 의결하며 행정 절차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올해 2월 사업자는 부지 잔금을 완납하며 소유권을 확보했다. 함께 제출된 주상복합아파트(4,328세대) 계획안은 복합몰과 병행 추진 중이다. 복합쇼핑몰은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마무리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교통영향평가 협의가 지연됐다. 시는 대중교통·보행 중심 정책을, 북구청은 도로 확장과 인근 재개발 연계를 요구하며 입장 차를 보였다. 두 차례 보완 끝에 6월 조건부 승인이 이뤄졌고, 진입도로 기부채납, 교량 설치 시기 조율, 차량 진·출입량 관리 방안 등이 조건으로 부과됐다.
광주시와 현대 측은 올해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7년 말 또는 2028년 초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하반기 착공을 예정대로 진행해 2028년 초까지는 문을 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권 영향평가도 병행 중이다. 지난 5월 중간보고에 따르면 연간 방문객 약 3,000만명 가운데 1,900만명은 주변 상권도 이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음식점·가전·패션 업종은 매출 증가가 기대되는 반면, 화장품·제과·커피 업종은 피해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현장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감지된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더현대가 들어서면 유동 인구는 늘겠지만, 손님이 분산돼 오히려 매출이 줄 수 있다"며 "상생 기금 같은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겐 선택권이 넓어지는 변화지만, 같은 생활권 내 경쟁은 영세상인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광주경영자총협회 측은 "더현대 광주가 지역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중소기업과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공공과 민간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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