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3일, 지방분권법과 국가균형발전법은 특별법으로 통합됐다. 일반 시민은 관심도 갖지 않은 법이지만 이 특별법으로 대통령 직속의 거대 정책 심의·의결 기구 '지방시대위원회'가 탄생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밀접한 관계임에도 추진 체계가 분산돼 연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방자치 30년 만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바뀐 건 없다. 지방시대위원회는 각종 정책협의회와 지역별 지방시대종합계획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저출생과 지방소멸이라는 근본적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등 4대 특구 도입·지정이라는 성과는 새 정부 출범으로 지속성을 잃었고 '중앙정부의 절대적 지원 필요'라는 그늘에 묻혔다.
그러던 지방시대위원회가 재가동 채비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당내 대표적인 균형발전론자다. 경남지사 시절부터 '메가시티 전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역대 정부들의 균형발전 정책이 선언적 구호에만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행정수도 이전과 초광역 협력을 통한 '5극 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 조성과 같은 국토공간 대전환은 더 요원하다. 실질적인 제도 개편과 구체적인 정책 실행 방향에 대한 메시지도 보이지 않는다. 균형발전이 10대 공약 중 하나였음에도 분권·균형발전특별위원회의 명칭을 변경한 국정기획위원회 내 국가균형성장특위는 출범조차 못했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진정한 지방분권을 기다려온 지방에서는 실질적 지방분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적기라 말한다.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정치권에서도 '지방살리기'를 내년 지방선거의 주요 화두로 던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여러 잠룡들이 꺼냈던 지방분권형 개헌론이 식지 않았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지금을 지방분권 개헌 기회로 삼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정부에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조직권을 부여해 자치 역량을 늘리는 게 시작이다. 모든 것이 중앙 통제 하에 이뤄지니 지방정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고 결국 주민들의 불신도 반복된다.
재정권 조정도 동반돼야 한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지방세 비중은 현저히 낮다. 2023년 기준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7대 3 수준인데, 이는 독자적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세입·세출 권한까지 확보해 지방세입 기반을 보장해야 한다.
대통령의 결단과 지방시대위원장의 추진력이 담보된다면 지방분권의 새 길이 열릴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방자치분권 강화가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지방행정 한계까지 몸으로 겪은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의 행정구조를 '수도권 일극 체제'라고 평가했던 만큼 본인이 가진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
공직에 복귀한 김 위원장도 실질적인 방안을 국민 앞에 내놓고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지방시대위원회가 내놓을 결과물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김 위원장 행보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면 안 된다. 전국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30곳에 '소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지방소멸 위기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진짜 분권을 다뤄야 지방소멸, 나아가 국가소멸을 막을 수 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