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닿으면 물집·화상 등 유발
한국에선 아직 발견된 바 없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식물'로 알려진 큰멧돼지풀(자이언트 하귀드·Giant Hogweed)이 일본에서 발견돼 관련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큰멧돼지풀이 맞는다면 일본에서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 현지 매체는 일본 삿포로 홋카이도대 캠퍼스에서 큰멧돼지풀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당국에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홋카이도대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캠퍼스 내에서 큰멧돼지풀로 보이는 식물이 확인돼 전문가들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위험 예방을 위해 해당 구역 출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홋카이도대 캠퍼스가 삿포로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고 근처에 보육원도 있어 학내를 산책하는 주민이 많기에 즉각 출입 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큰멧돼지풀이 홋카이도대 자리 잡은 건 수년 전으로, 약 10그루 이상 자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환경 당국은 해당 구역의 높이 3m에 달하는 식물의 꽃과 잎을 모두 제거했다. 일본 환경 당국은 "관상용으로 재배되던 것이 야외로 번졌거나, 씨앗 등이 무언가에 붙어 비의도적으로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에서는 주택가에서도 발견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큰멧돼지풀은 미나릿과에 속하는 외래종 유해 식물이다. 학명은 '만테가지아눔어수리'다. 캅카스산맥 서쪽, 흑해에 가까운 지역에 자생하며 유럽·미국·캐나다에도 퍼진 독초다. 보통 2~5.5m까지 자라고, 늦봄부터 여름 사이 우산 모양의 흰 꽃을 피운다. 한 번 씨앗을 맺으면 2만개, 많게는 10만개까지도 나오지만, 무사히 싹을 틔우는 비율은 5% 이하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식물' 수액 닿지 않게 주의해야
문제는 줄기, 잎, 꽃, 씨앗, 뿌리 등에서 분비되는 수액에 '퓨라노쿠마린(Furanocoumarin)'이란 성분이 있다는 점이다. 퓨라노쿠마린은 빛에 반응하는 광독성 물질로, 수액이 피부에 닿으면 햇빛과 반응해 물집과 발진, 부기, 화상 등을 유발한다. 심한 흉터가 남을 수도 있다. 눈에 들어갈 경우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다. 영국에선 1981년 법적으로 재배를 금지했고, 미국은 독성 잡초로 지정해 관리한다. 자라는 데 많은 수분이 필요하지만, 건조 지역만 아니면 어디서든 잘 자란다고 알려져 있다.
큰멧돼지풀 근처를 지나간 뒤 오렌지만큼 큰 물집이 생긴 한 남성은 옷을 입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 고통은 완전한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큰멧돼지풀로 인해 고통스러운 물집이나 화상을 입게 되면, 햇빛이 증상을 더 악화시키므로 접촉 부위가 햇빛을 받지 못하게 덮어야 한다. 이후 물과 비누로 해당 부위의 수액을 씻어내야 한다.

큰멧돼지풀의 줄기, 잎, 꽃, 씨앗, 뿌리 등에서 분비되는 수액에 '퓨라노쿠마린(Furanocoumarin)'이란 성분이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 매우 유해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원본보기 아이콘한국은 겨울이 건조하기에 아직 발견된 바 없다. 다만, 한국에서는 약 10년 전 관련 괴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한 바 있다. 큰멧돼지풀에 닿았다 수포가 잡혔고, 한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자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국내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멧돼지풀과 같은 '속'에 해당하는 어수리(Common Hogweed)를 혼동해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큰멧돼지풀과 같은 '종'도 아니며, 특정 지역에서는 나물로도 먹을 만큼 안전하다. 당시 논란에 국립수목원은 자료를 내고 "국립수목원에서는 외래식물에 대한 분포조사를 지속해서 수행하고 있으나 아직 큰멧돼지풀의 국내 분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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