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영 사장, 임기 3개월 남기고 돌연 사직
후임 사장 매각 주도… 자금 확보 LIG넥스원 도전장
강구영 한국항공우주 산업(KAI) 사장이 조기 사퇴하면서 KAI의 민영화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상 정부 소유 기업인 KAI의 후임 사장이 민영화 작업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인수를 희망하는 방산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KAI 최대 주주는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지분 26.41%)과 국민연금공단(9.29%)이다. 정부 지분이 높은 KAI 사장은 대선이 끝나면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한 예비역 장군이나 전직 관료가 임명됐다. KAI 사장은 '5억원대 연봉·3년 임기'를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4일 새 정부 시작과 함께 사퇴 의사를 전달한 뒤 이날 퇴임한 강 사장도 마찬가지다. 강 사장은 공군사관학교 30기 출신으로 지난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인들의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 포럼'의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KAI 사장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 일색
낙하산 인사의 후유증은 심각했다. 강 사장도 취임 직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3개월 사이 20여명의 임원이 집으로 돌아갔다. 빈 공백은 공군 출신과 강 사장이 과거 몸담았던 단체의 인물들로 채웠다. 무분별한 지인 채용으로 조직문화는 크게 훼손됐다. 채용된 예비역 공군 장성은 갑질 의혹에 지역 노동지청에서 조사받기도 했다. 강 사장 취임 이후 KAI는 방위산업 기술 보호 통합실태조사에서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은 KF -21 내부 자료를 유출하려다 적발됐다. 강 사장은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의 선처를 위한 탄원서까지 검찰에 제출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약속한 KF -21 분담금도 내지 않고 있다.
후임 사장이 KAI 매각 주도할 듯
후임으로는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이 거론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국방선임행정관을 지낸 강 전 청장은 지난해 11월 이재명 당 대표 국방산업특보로 활동했다. 당초 강 전 청장은 현 정부 대통령실에서 방산 관련 업무를 맡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KAI사장 후보군에 오르면서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업계에서는 청장을 역임한 인물이 방산기업 사장에 취임한다면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재직 중인 류광수 전 부사장도 거론되지만, 친정으로 다시 가는 모양새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방산업계에서는 보은성 인사보다 발 빠른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인수과정을 주도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한화·LIG넥스원 인수전 참여 가능성
KAI 민영화는 과거에도 진행됐다. 대한항공,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현 정부에서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한화와 LIG넥스원 이 유력하다. 다만 한화그룹이 인수한다면 육해공 방산의 완전체, '한국의 록히드마틴'이 된다. 방산업계 생태계를 독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화는 오스탈, 필리조선소 등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에 집중하고 있어 여력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LIG넥스원, LG 계열사 통해 이미 자금 확보
LIG넥스원은 인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LIG넥스원의 강점은 유도무기인데, 유도무기의 항전과 엔진, 레이더 등은 한화 계열사의 몫이다. 방산업계 균형을 위해서라도 LIG넥스원이 항공 분야를 맡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인수자금이 문제다. LG그룹 계열사가 참여한 가운데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다. 업계는 KAI의 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을 매수하는 데 3조원가량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 계열사가 70%, LIG넥스원이 30% 자금을 투자한다면 인수는 충분히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자동차, 풍산 등이 지분 참여 방식으로 인수를 검토했지만 무산됐다"며 "2년 전부터 인수 준비를 해온 LIG넥스원이 인수한다면 한화와 함께 방산 2강 체제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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