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코스피 28% 상승
글로벌 주요 증시 중 1위…지난해 꼴찌서 반전
정책 기대감이 상승동력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 뒷받침돼야
최근 만난 증권사 관계자에게 요즘 업계 최대 관심사가 뭔지를 물었더니 '코스피 5000'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요즘 같은 시황이라면 증권사뿐 아니라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코스피가 얼마나 더 오를지가 관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4.15포인트 상승한 3127.79에 장을 시작한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5.6.25. 강진형 기자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코스피 5000시대를 제시할 때만 해도 시장의 분위기는 뜨뜻미지근했다. 액면 그대로 코스피가 5000선에 갈 것이라고 믿기보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 발목이 잡혀 해외 증시 대비 부진한 코스피를 약세에서 벗어나 상승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이겠거니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도 "불가능하진 않으나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거나 "아직은 이르다"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코스피가 단시간에 3000선에 올라서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고 어쩌면 5000선까지 올라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고 외치며 국내 증시에서 짐을 쌌던 개인투자자들도 점차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를 지속했던 외국인도 10개월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는 28% 상승했다. 주요 20개국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말 꼴찌 수준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셈이다. 3년 반 만에 3000선도 회복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2900조원을 넘어서면서 3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7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9조5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월28일(70조3447억원)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대치다. 국내 증권사들은 속속 코스피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3600선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도 코스피가 3500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를 밀어올린 것은 정치적 안정과 정책 기대감이다. 지난해 12월 계엄사태로 인해 야기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추진할 정책과 그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동력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내부적인 요인이 증시를 탄탄하게 받쳐주면서 코스피는 외부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피는 3100선을 뚫은 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그동안 기대감으로 오른 코스피가 추가적으로 더 오르기 위해 정부 정책이 계획대로 속도감 있게 시행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상법 개정안은 이번 주중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상법 개정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시간 국내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발목이 잡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아왔다.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 추진을 통해 그 족쇄를 끊고 진정한 밸류업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코스피 5000은 그리 먼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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