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착공·분양 '뚝'…건자재 업계 수익성↓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 정책에 공급대책 부재
"수출은 한계…국내 회복만 기다리는 중"
주택 공급 지표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건설 후방산업의 시름이 더 깊어지는 형국이다. 건자재 기업들은 건설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수익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적 전망은 어두워졌다. 수출로 활로를 찾기 어려운 산업 구조상 시장에선 정책 발주나 공급 확대 같은 정부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주요 건자재 기업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지난해 동기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KCC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한 1조7557억원, LX하우시스의 매출은 5.32% 감소한 891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두 회사 모두 수익성도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각각 16.4%, 34.4%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부진의 근본 원인은 장기화된 건설 경기 침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주택 인허가 건수는 11만438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했다. 착공 물량은 30.3% 줄어든 7만4276가구, 분양 물량은 41.7% 내린 5만2982가구에 그쳤다. 특히 창호·유리·바닥재 등은 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본격 납품되기 때문에 이 같은 공급 지표 위축은 향후 실적에 시차를 두고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 불황이 영원하진 않겠지만, 당분간은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버텨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위기"라면서 "건자재는 착공 물량에 후행하는 특성이 있어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신사업이나 수출 확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KCC의 경우 실리콘과 산업용 도료 사업에, LX하우시스는 산업용 필름, 동화기업은 이차전지 전해액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용 자재 비중이 여전히 크고, 제품 특성상 운송비 부담이 커 수출 경쟁력도 제한적이다. 결국 내수 회복이 유일한 해법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의 시선은 정부의 부동산 공급 정책에 쏠려 있다. 정부는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등 수요 억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공급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핵심 컨트롤타워인 국토교통부 장관 인선조차 지연되고 있다.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업계는 당장의 실효보다 하반기 정책 방향성과 시장 흐름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뚜렷한 호재는 없지만 상반기 중단됐던 프로젝트들이 재개되며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지표가 당장 반등하진 않더라도 체감경기는 상반기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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