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고관세 기조를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실용주의적 접근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통상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제조업 협력 확대와 비관세 장벽 완화를 중심으로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무역수지 흑자국에 구조적 조정을 요구하는 가운데, 한국은 고관세 하에서도 상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확대 균형' 전략을 협상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수지 흑자 여부가 이론적으로 좋고 나쁜지를 논하는 시점은 지났다. 고관세라는 새로운 국제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결과 도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관계 부처 인사들과 함께 미국 워싱턴을 찾아 제3차 기술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이번 협의는 기존 1·2차가 미국 측 요구 파악에 주력했다면, 한국 측의 대응 여지를 구체화한 '진전된 협상'이었다는 평가다.
이번 협상에서도 관세보다는 비관세 장벽 해소와 제조업 분야 협력 확대에 방점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제조업 부흥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와 연계된 협력 파트너로서 독자적인 '딜'을 제안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협상 우선순위에 대해 이 관계자는 "대부분 NTE(무역장벽보고서)에서 다뤄졌던 사안들이며, 미국 측도 점차 프라이어리티(우선순위)를 좁혀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도 수용 가능한 사안은 수용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통해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고자 한다는 점에 대해선 "수출입 조정 외에도 제조업 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 감세 법안 보완, 재정 수입 보존 등 다양한 목적이 섞여 있다"며 "투자와 협력을 통해 구조적 재균형에 기여하는 접근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미국이 수입을 직접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오히려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통해 제3국 수출을 유도하는 방식도 협상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상 시한인 7월 8일과 관련해선 "일괄적 합의보다는 국가별로 유예, 타결, 협상 지속 등 복수의 경로가 가능하며, 실질 협상은 그 이후까지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가 협상 테이블 위에 그대로 오를 수 있는 만큼, 어떤 이슈가 낙관적·비관적인지 밝히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위비 분담 문제, 에너지 협력 등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해당 이슈는 별도 채널에서 논의 중이며, 통상 협상 테이블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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