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과 함께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직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새로운 문명을 바꿔야 할 시기"라는 말로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무게를 실었다. 이어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를 포함한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환경부에 산업부 에너지실을 붙이거나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과 산업부의 에너지실을 합치는 등 구체적인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대선 공약집을 보면 "기후에너지부 신설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적극 대응한다"는 큰 주제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연계한 기후 에너지 정책컨트롤타워 구축''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으로 RE100(신재생에너지 100%)실현' 등의 구체적인 계획도 넣었다. 또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국가 차원 해상풍력발전 지원과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도 주요 공약으로 포함했다.
6월 이른 폭염 등 급변하는 기후환경을 감안할 때 재생에너지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과제임은 분명하다.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은 미래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를 기후변화 측면에서만 바라봐야 할까. 전세계적으로 에너지는 기후뿐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할 대상이 됐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하면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통제하자 '에너지 안보'는 글로벌 경제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됐다. 최근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을 받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에너지 공급 대란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더욱 민감하다. 중동에서 가스와 원유를 수입하는 주요 루트에는 호르무즈는 물론이고 믈라카 해협과 대만 해협이 자리잡고 있다. 모두 화약고로 불릴 만큼 언제든 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공약은 물론이고 국정기획위가 그리는 큰 밑그림에서 '에너지 안보'는 찾아볼 수 없다.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를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이는 글로벌 흐름과도 차이가 있다. 주요국의 에너지 정책은 안보와 묶이는 경향이 강해졌다. 영국 정부는 2008년 출범한 기후변화에너지부를 2016년 비즈니스, 에너지&산업전략부로 바꾼 데 이어 2023년에는 에너지 안보&넷제로부로 재편했다. '넷제로'라는 탄소중립뿐 아니라 안보까지 챙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의 첫 번째 미션도 '안보와 안전(Security&Safety)'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첫 일성으로 "인공지능(AI) 시대, 에너지는 심장"이라고 했다. 산업경쟁력의 핵심으로 에너지를 강조한 것이다. 국가 안보가 무너진 상황에서 기후만 살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기후에너지부도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모든 에너지원을 두루 살필 필요가 있다. 정부 조직 밑그림에 안보 개념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최일권 산업IT부장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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