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백업 사본 보존 프로젝트
유전적 다양성 보존·인류 종말 대비
사라지는 미생물들을 보존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사람의 대변 샘플을 모아 냉동창고에 보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는 미래 생태계 복원을 위한 장기적 대비책이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지난 27일(현지시간) 게재된 논평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오타 볼트' 프로젝트는 현존하는 미생물의 백업 사본을 보존하기 위해 2018년 시작됐다. 현재까지 1200건이 넘는 인간 대변 샘플과 190건의 발효식품 샘플을 확보했으며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의 영하 80도 냉동고에 보관 중이다. 2029년까지 1만점의 샘플을 수집하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목표는 인간, 동물, 식물 및 환경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백업 사본을 확보해 미래 세대가 연구를 수행하고 생태계 복원 또는 의료적 필요에 쓰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생물의 손실은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 대사 질환 등 만성질환의 놀라운 증가와 관련이 있다"면서 "미생물 다양성 손실은 환경 생태계로 확대되어 농업과 생태계 회복력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과도한 항생제 사용, 기후변화에 따른 영구 동토층 해빙, 도시화 및 산업화는 인간과 환경 속 미생물 군집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지금 보존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되돌릴 수 없다"며 "기술이 발전하면 냉동 보관된 미생물을 장내나 생태계에 다시 이식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샘플 수집은 브라질, 에티오피아, 라오스, 태국 등 다양한 문화와 식생활을 반영하는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샘플 제공자에게는 샘플이 어떻게 사용될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퀀싱 결과 공개 여부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윤리적 기준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연구진은 "100년 뒤 어떤 재난이 오더라도 우리가 오늘 냉동 보관한 미생물이 인류의 보루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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