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에 붉은등우단털파리 대거 출몰
인천 하루에만 100여건 민원 신고 접수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 일대에 '러브버그'가 폭발적으로 출몰하면서 등산객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29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대량 출몰한 붉은등우단털파리, 이른바 '러브버그'가 계양산을 점령하다시피 한 모습의 사진과 영상이 다수 공유됐다. 계양산의 실황을 담을 영상을 보면 시야를 가릴 정도로 러브버그 떼가 날아다녔다. 영상 촬영자는 "러브버그의 습격"이라며 "벌레 싫어하는 사람은 (산에) 올라갔다가 기절할 것 같다. 사체와 살아있는 애들이 섞여서 두꺼운 장판이 됐다"고 묘사했다. 그는 전기 파리채를 사용해 러브버그를 잡거나 쓰레받기를 이용해 사체를 치우는 영상도 올렸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인간의 저항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며 "전기 파리채는 터지지 않고 작은 쓰레받기는 너무도 약했다"고 전했다.
계양산 정상을 촬영한 한 블로거도 "러브버그가 산 정상을 점유했다"며 "거의 재앙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에는 아스팔트 포장 도로로 착각할 만큼 새까만 러브버그 사체가 수북이 깔려있었다.
인천은 러브버그 개체 수 폭발로 이번 해 민원이 많이 늘어난 지역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7월 초까지 인천의 10개 군·구 보건소에 총 150여건의 러브버그 방역 요청이 들어왔는데, 올해에는 하루에만 100여건의 신고 전화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붉은등우단털파리는 당초 중국 동남부나 일본 오키나와에서 주로 서식했으나 2022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량 발견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주 서식지를 잃은 러브버그들이 국내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발견 초기에는 서울 은평구·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쪽 지역에서 주로 발견됐지만 최근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에서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특히 서울에는 지난해 붉은등우단털파리 발생 민원은 9296건으로 전년(4418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는 해충은 아니다. 러브버그는 비와 더위가 이어지는 고온다습한 날씨를 좋아하며, 토양에서 유충 상태로 지내다가 수분이 공급되면 성충으로 부화하는데 이 유충이 오히려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은 꿀벌과 꽃의 수분을 도와줘 익충에 속한다. 그러나 몸집이 큰 편이고 사람들에게 달라붙는 특성이 있어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해 관련 민원이 증가한 것으로 보이며, 생활 환경에 영향을 주는 돌발 곤충·생활불쾌곤충으로 분류됐다. 다만 방역을 위해 살충제를 살포할 경우 러브버그의 천적(사마귀·거미 등)도 죽을 가능성이 있고 인간에게도 해로울 수 있어 전문가들은 방역보다는 공생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가 7월 중순쯤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햇빛에 노출되면 활동력이 저하돼 1~2주 안에 개체 수가 급감하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가정이나 야외에서 러브버그에 대응할 수 있는 예방수칙으로는 ▲야간 조명 밝기 최소화 ▲방충망 점검 ▲외출 시 어두운색 옷 착용 ▲차량 부식 방지를 위해 자주 세차하기 ▲끈끈이 트랩 설치 ▲벽이나 창문에 붙은 개체는 물 뿌려 쫓아내기 등이 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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