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다시 뜨는 '1000원 빵집'
"금일 완판되어 부득이하게 종료합니다."
지난 24일 오후 3시께 찾은 서울 강서구 화곡역 인근의 '1000원 빵집'은 늦은 점심시간임에도 이미 영업을 마친 상태였다. 출입문에는 'Sold out(매진)'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이를 확인한 몇몇 손님은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은 단팥빵, 소보로빵 등 28가지 품목 대다수를 1000원에 판매해 입소문을 탔다. 가장 비싼 품목인 호밀 식빵도 3500원에 불과해 다른 빵집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가성비를 내세운 가게답게 외벽 곳곳에서 가격을 강조한 '빵 1000원' 팻말을 볼 수 있었다. 빵집 입구에는 "경제가 어렵다. 좋은 상품성과 맛 좋은 수제빵을 좋은 가격으로 고객 여러분께 드리겠다", "가격은 저렴하나 맛은 저렴하지 않다"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빵집을 운영하는 50대 한모씨는 "하루 평균 판매량은 500개 이상이고, 교회나 대학교 등에서 단체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며 "찾는 사람이 많아 열흘에 한 번꼴로 조기 마감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을 할인 판매하기도 한다"며 "10개를 구매하면 1개를 더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20대는 상대적으로 구매율 낮은 편"
주 고객층은 30대 후반부터 80~90대 고령층까지 폭넓다. 한 씨는 "20대 손님도 오긴 하지만 대부분 혼자 오는 자취생들"이라며 "아무래도 모양이 예쁜 빵을 선호하는 젊은 고객들이라, 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매장을 방문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구매율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일부 소비자들은 품질에 대한 우려를 갖기도 한다. 한 씨는 "빵 봉지에 원재료와 영양 정보가 모두 표시돼 있고, 식품안전관리 인증기준(HACCP·해썹)도 받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며 "무방부제 원칙을 고수하고, 식빵류는 혈당에 부담이 적은 저당 식빵으로 만드는 등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1000원 빵집'은 유동 인구가 많은 수도권 지하철 역사 곳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등포구청역 안에서 1000원짜리 빵을 판매하는 조모씨(48)는 "저녁에는 40~50대 중장년층이 주로 찾는다"며 "퇴근길에 빵 냄새를 맡고 부담 없이 사 가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곳의 대표 품목은 ▲깨찰빵 1000원 ▲콘브레드 1000원 ▲소시지빵 1500원 등으로 대부분 1000원대 가격표를 달고 있다. 대학생 이하은씨(23)는 "대기업 빵집에서는 1000원대 빵을 찾기 어려운데, 여긴 가격이 저렴해서 몇 개를 사도 부담이 없다"며 "처음엔 저렴한 가격이라 큰 기대 없이 샀지만, 맛도 괜찮아서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대량 생산하는 '박리다매' 구조가 핵심
최근 5년간 국내 빵값이 38% 이상 올랐지만 이처럼 1000원에 빵을 팔 수 있는 곳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원가절감이 가능한 원재료 선택은 가격을 낮출 수 있게 한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개당 5000원 안팎에 판매하는 빵집에서는 프랑스산 고급 버터 등을 활용한다고 강조하지만, 1000원 빵집의 경우 원가 절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가린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철저한 박리다매 전략도 저렴한 빵을 팔 수 있게 하는 핵심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1000원 빵집'은 제빵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빵을 들여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판매 물량을 극대화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한 씨는 "많이 만들수록 원재료 단가를 절감할 수 있어 판매 가격도 낮출 수 있다"며 "1000원짜리 빵 하나당 약 300원이 남는 구조로, 무조건 많이 팔아야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파른 외식물가 상승은 1000원 빵의 인기를 끌어올려 박리다매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김밥 한 줄의 평균 가격은 3623원으로, 1년 전보다 5.8% 올랐다. 칼국수는 9692원(5.9%), 비빔밥은 1만1642원(5.7%), 자장면은 7500원(3.8%)에 달한다. 먹거리 물가 상승 속에 천원짜리 한 장으로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빵이 주목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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