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닉 고의 없었다" 혐의 부인
재판부, 2심도 벌금 100만원 선고
직장 동료가 업무용 노트북을 사적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해 해당 노트북을 숨긴 40대 공무원이 결국 전과자 신세가 됐다.
연합뉴스는 29일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가 재물은닉 혐의로 기소된 A(42)씨에게 원심과 같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원주시청 공무원으로 같은 과 소속 공무원 B씨의 노트북을 지난해 6월 자신의 책상 서랍에 놓고, 검은색 테이프를 여러 겹 붙여 열지 못하도록 숨긴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A씨는 B씨가 시청 공용물품인 노트북을 사적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해 휴직 기간 중 사무실에 나와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벌금형 약식명령에 불복했다. 이후 정식재판을 청구해 "재물은닉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대의명분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이 택한 방법은 공무원으로서 품위에 부합하지 않고 내세운 대의명분 역시 정확한 사실관계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대신 피해자의 평소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 측은 2심에서도 "노트북을 넣어둔 장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검은색 테이프로 위치를 표시한 것일 뿐"이라며 "테이프는 별다른 노력 없이 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행위를 은닉으로 볼 수 없다"고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을 다시 살폈다. 이후 테이프가 쉽게 제거되는지와는 별개로 서랍이 테이프로 봉인돼 있다는 점은 제삼자가 서랍을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또 과거 A씨가 다른 사무실 직원을 형사 고소해 이를 임의로 제거할 경우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것을 직원들이 걱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노트북을 은닉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봤다. 설령 B씨가 시청의 물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상사에게 보고하거나 감사실에 신고해 적법한 조사 절차를 거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A씨가 경고 차원에서 휴직 중 사무실에 나와 노트북을 숨긴 행위는 '사적 제재'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한 주장을 두고는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형을 변경해야 할 정도로 특별한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며 원심의 형을 유지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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