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남아학회 창립 주도…비폭력 시위 연구
"차별 없이 가르친 정치학자"…제자들 추모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학원 과정에 '지방자치론' 과목을 개설하고 한국동남아학회 창립을 주도했던 안청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고인은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나 경북 김천에서 성장했다. 서울대 외교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77년 미국 하와이대에서 '발전, 평등, 그리고 정치폭력'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외교학과에 입학한 계기에 대해 그는 2009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유엔 사무총장을 꿈꿨다"고 밝힌 바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63학번 동기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학원 과정에 '지방자치론' 과목을 개설하고 한국동남아학회 창립을 주도했던 안청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가 28일 별세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홈페이지
외교안보연구원 조교수를 거쳐 1979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대 정치학과와 정치외교학부에서 강단에 섰다. 1990년대 초 국내 최초로 대학원에 '지방자치론' 강좌를 개설하며 이 분야 학문적 기반을 닦았고, 1991년에는 한국동남아학회 창립에 앞장서는 등 아세안과의 협력과 아시아 연구에 조기부터 관심을 기울였다.
고인은 1994년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장, 2000년~2002년 한국정치연구소장, 2004년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정치학계 발전에 이바지했다. 제자인 전제성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시만 해도 정치 시위를 사회 병리 현상으로 간주하던 시절이었지만, 고인은 비폭력 시위를 정치참여의 한 방식으로 보는 등 시대를 앞서간 시각을 지녔다"고 회고했다.
학문적 권위 못지않게 따뜻한 인품으로도 기억됐다. 전 교수는 "남녀를 차별하거나 출신 학과를 구별하지 않고, 두루 제자를 품어 기르셨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제17대 국회의원)과 두 딸 안정현 한림대 대외협력부처장, 안정민 한림대 융합과학수사학과 교수가 있으며, 사위로 대원철강 재직 중인 김동욱 씨, 임승휘 선문대 사학과 교수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7월1일 오전 5시, 장지는 춘천시 남면 선영이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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