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친환경 신사업 신주발행 필요성 인정
그러나 "HMG글로벌, 외국 합작법인 아냐"
영풍 "정관 법적 구속력 재확인한 결정"
고려아연, '외국의 합작법인' 정관 소명
영풍 이 고려아연 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정관을 위반해 현대차그룹의 HMG글로벌에 신주를 발행한 것이 무효라고 판단했는데, 이로 인해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52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법적 효력을 상실하면서 향후 지분 구도 및 경영권 향방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원이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릴 예정인 고려아연 주주총회장에 사측 관계자들이 출입을 제안하고 있다. 이번 주총은 파행 가능성이 높을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5.03.28 윤동주 기자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 소송에서 영풍 측에 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3월 영풍 측이 소송을 낸 지 1년 3개월 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이로써 HMG글로벌이 보유했던 약 5%의 고려아연 지분이 소멸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고려아연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히며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다툼이 안개 속으로 빠졌다.
앞서 고려아연은 2023년 9월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설립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액면금 5000원, 보통주 104만5430주를 신주 발행하는 527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그 결과 HMG글로벌은 고려아연 지분율 5%를 확보했는데, 이는 고려아연 측 우호 지분으로 평가된다.
영풍은 승소 판결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경영 대리인인 최 고려아연 회장이 회사의 정관을 위반하면서까지 HMG글로벌에 신주를 발행한 행위가 법적으로 무효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정관의 법적 구속력과 주주권 보호의 원칙을 재확인한 결정"이라며 "최 회장 및 고려아연 경영진은 모든 주주의 권리보호를 위해 정관에 마련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면서 무리하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강행했고, 그 결과가 오늘 법원의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관에 따른 절차를 모두 적법하게 거쳤다는 최 회장과 경영진의 잘못된 설명을 믿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나 위법한 유상증자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기존 주주들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며 "최 회장이 이런 결과를 예견하면서도 무리하게 유상증자를 강행한 것은 우호 세력을 확대해 자신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잘못된 동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측은 판결 직후 "항소심에서 외국의 합작법인과 관련된 정관의 제정 취지와 의미를 상세히 소명해 신주발행의 적정성을 인정받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적 다툼의 쟁점이 된 고려아연 정관 '외국 합작법인'
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정관과 상법 규정에 따른 해석이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영풍은 고려아연의 신주발행이 ▲'경영상의 필요'가 아닌 경영권 방어 목적이며 ▲HMG글로벌이 외국의 합작법인이 아니라는 내용을 문제 삼았는데, 법원이 후자에서 영풍 측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 상법 제418조는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보호하기 위해 주주 배정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우에만 제3자 배정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 정관은 그 취지를 반영해 제3자 배정의 대상을 '외국의 합작법인'으로 한정한다.
법원은 HMG글로벌이 정관에서 지칭하는 '외국의 합작법인'이 아니라고 보고, 신주발행이 고려아연의 정관을 위반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문언 해석상 '외국의 합작법인'은 외국의 법률을 준거법으로 해 고려아연이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법인'이라고 해석된다"며 "HMG글로벌은 고려아연이 출자에 참여한 법인이 아니어서 '외국의 합작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HMG글로벌에 대한 신주 발행은 정관을 중대하게 위반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2023년 9월13일에 한 5000원의 보통 주식 104만5430주의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한다"고 판시했다.
고려아연은 "회사 정관에 포함된 '외국의 합작법인'은 '외국인투자 촉진법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를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피고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신주 발행해 사업상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되면 이로써 두 회사는 넓은 의미의 합작 관계에 있게 되므로 '외국의 합작법인'을 '합작의 상대방 법인(외국인투자 촉진법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외국인 투자자'는 둘 이상의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한다는 '합작'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며 고려아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풍, 경영권 분쟁서 '반전' 꾀하나
업계에선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양측의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MBK파트너스에 유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연합해 고려아연 지분 약 43~46%를 확보한 상태다. 반면 고려아연 측 지분은 우호 지분까지 포함해 34~39%로 알려졌다. HMG글로벌의 고려아연 지분 5%가 사라질 경우 고려아연 측의 지분은 더욱 약화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지분 격차가 주주총회에 곧바로 반영되진 않는다. 고려아연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호주에 보유한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에 영풍의 주식을 양도하면서 '고려아연→ SMH → 영풍 → 고려아연' 상호주관계를 형성했다. 이로써 영풍·MBK파트너스에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유한회사 와이피씨(YPC)를 설립하고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내 상호주 관계를 해소하려고 했지만, 상법 368조에 따라 주총 의결권 명부는 지난해 12월31일로 정해져 있어 올해 임시주총에선 YPC를 통한 주주 권리 행사가 불가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사와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신사업 협력 관계를 형성했으나, 주주총회 표결에 있어서 HMG글로벌이 우호지분에 포함된다고 볼 순 없다"며 "HMG는 올해 주총에서 중립을 지켜왔기 때문에 설령 HMG글로벌의 주식 보유 상황에 변동이 발생해도 경영권엔 영향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려아연은 앞서 정기 주총에서 주식 1주마다 이사 후보 수만큼의 의결권을 제공하면서 이사 후보 1명 또는 특정 몇명에게 의결권을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집중 투표제' 등을 통과시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집중 투표제가 시행되면 주주가 가진 투표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분산할 수 있다. 이사는 최다 득표자 순서에 따라 선출되고, 최 회장 측은 이미 고려아연 이사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어서 업계는 영풍·MBK파트너스가 쉽게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
이 외에도 고려아연과 영풍간 법적 분쟁 등 여전히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법원이 1심과 2심에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준 '상호주 제한'에 대한 대법원 결정이 남았으며, 고려아연 정기 주총 결의 효력 정지 항소심 결과에 대해 영풍이 재항고 했다. 또 MBK가 경영해온 홈플러스가 최근 사업 위기를 맞으면서 자금상의 막대한 부담을 지게 된 점도 영풍·MBK파트너스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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