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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칩에 양녑 찹찹' 그 과자가 이거였어?…대기업의 맛, 한 나라 문화가 되다[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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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멕시코 국민 길거리 음식 도릴로코
도리토스에 토핑 넣어 만드는 요리
다른 나라 문화 뒤섞는 멕시코 전통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도리토스는 미국의 과자 대기업 프리토레이가 만드는 나초 브랜드다. 옥수수 칩에 다양한 양념을 입힌 과자로,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도리토스가 가장 각별한 대우를 받는 곳은 본고장인 미국이 아닌 멕시코다. 멕시코에서 도리토스는 단순한 과자가 아닌 엄연한 식재료로 취급되며, 지금은 미국과 구별되는 멕시코 문화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과자를 재료로 삼는 멕시코 길거리 음식

과자 봉지 안에 콩, 타코 소스, 젤리 등을 넣어 만든 도릴로코.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 캡처

과자 봉지 안에 콩, 타코 소스, 젤리 등을 넣어 만든 도릴로코.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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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토스로 만든 '도릴로코(Doriloco)'는 멕시코의 간판 길거리 음식이다. 로코(loco)는 스페인어로 '미치광이'라는 뜻. 즉 '도리토스로 만든 미친 음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도릴로코를 만드는 방법은 매우 과감하다. 우선 좋아하는 양념 맛의 도리토스를 사서 봉지를 뜯은 뒤, 그 안에 다양한 토핑을 원하는 만큼 넣는다. 주로 닭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와 함께 옥수수, 잘게 다진 토마토, 양상추, 과카몰레, 치즈를 넣는다. 뒤이어 살사 소스로 마무리하면 도릴로코가 된다. 멕시코의 많은 포장마차에서 도리토스 과자 봉지, 조리된 토핑이 담긴 솥을 함께 준비해 도릴로코를 판매한다.

도릴로코는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요즘 음식'이다. 멕시코 현지 음식 연구가들은 대략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도릴로코 열풍이 불었다고 추정한다.

다른 나라 음식을 가져다 뒤섞는 멕시코 문화

한때 도릴로코는 제조사 프리토레이의 현지 마케팅을 통해 전파된 요리법이라는 설이 널리 퍼져 있었다. 프리토레이가 나초를 소스에 찍어 먹거나 토핑을 얹어 먹는 식문화에 익숙한 멕시코인을 대상으로 현지 마케팅을 할 때, 도리토스를 이용한 취식 방법을 만들었다는 설이다.


멕시코 길거리 음식점에서 도릴로코를 만드는 모습. 유튜브 캡처

멕시코 길거리 음식점에서 도릴로코를 만드는 모습.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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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인 멕시코 문화 연구가이자 탐사 보도 기자인 구스타브 아렐라노는 2012년 뉴욕타임스 기고 글에서 "도릴로코는 멕시코인들이 자체적으로 창조한 식문화이며, 프리토레이의 마케팅은 도릴로코가 이미 현지에 퍼지고 난 뒤에야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도릴로코는 멕시코 도시 티후아나의 번화가에서 시작됐으며, 손에 잡히는 식자재는 무엇이든 가져다가 새 퓨전 요리로 만드는 일에 능숙했던 지역 길거리 상인들에 의해 탄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렐라노는 멕시코에서 도릴로코 같은 '급조된 퓨전 요리'는 매우 흔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멕시코는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재료를 뒤섞어 새로운 음식으로 만드는 식문화가 있다"며 "도리토스는 멕시코 전통 음식 나초를 미국화한 음식 아닌가. 도릴로코는 도리토스를 다시 '진짜 멕시코 문화'로 되돌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1986년 중남미 역사학자 에드 팻젤이 쓴 보고서에도 당시 멕시코에선 프리토레이가 만든 과자 봉지 안에 토마토나 콩 수프 등을 통째로 부어 섞은 뒤 수저로 떠먹는 간식, '프리토 파이'라는 정체불명의 요리가 소비됐다고 한다.

전 세계 신드롬 낳은 멕시코 멜팅팟

멕시코는 미국 못지않은 멜팅팟 문화권으로 유명하다. 중남미 원주민 문화의 유산, 스페인 식민지 시절 유입된 유럽 문물, 근대화 이후 미국과 서로 주고받은 문화적 영향이 한데 뒤섞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수입된 과자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식사용 재료로 쓰는 유연성도 이런 역사적 배경에 기인한다.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과 퓨전성, 전통조차 개의치 않는 멕시코 식문화는 이제 글로벌 현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도릴로코는 2019년 넷플릭스의 식문화 다큐멘터리 '타코 연대기'에 소개된 뒤 전 세계 누리꾼의 관심을 받았으며, 2022년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국내 주점에서도 한국식 토핑을 넣은 'K-도릴로코'를 선보이는 곳이 늘고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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