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3년 만에 전기차 출시
세단 부럽지 않은 부드러운 주행
LG엔솔 배터리…1회 충전 460km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눈길
르노코리아가 3년 만에 국내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주인공은 지난해 출시 첫해 유럽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된 '세닉 이테크(E-Tech) 100% 일렉트릭(이하 세닉)'입니다. 해외에서 먼저 뛰어난 상품성이 검증된 만큼 국내에서도 'QM6'와 '그랑 콜레오스'를 잇는 르노의 또 다른 히트상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 26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부터 양평까지 세닉을 경험해봤습니다.
세닉은 '전기 패밀리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1996년 소형 다목적차량(MPV)으로 탄생한 세닉은 다시 2023년 9월 순수 전기차로 재탄생했습니다. 르노의 준중형(C세그먼트) 전기차 라인을 대표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차량 크기는 전장(길이) 4470mm, 전폭(너비) 1865mm, 전고(높이) 1590mm입니다. 르노의 아르카나(전장 4570mm, 전폭 1820mm, 전고 1570mm)와 비슷한 크기입니다. 휠베이스는 2785mm로, 아르카나(2720mm)보다 길고 전·후면 오버행(범퍼와 바퀴까지 거리)이 짧아 실내공간을 최대한 확보했습니다.
전면에는 르노의 마름모꼴 로장주 엠블럼이 자리 잡고 그릴 상단에도 마름모 패턴을 과감하게 적용해서 눈길을 끕니다. 특별 제작된 20인치 '오라클 휠(아이코닉 트림)'에도 마름모 패턴을 적용했는데,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는 플러쉬 도어핸들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두 개의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운전석의 12인치 가로형 스크린과 센터 콘솔 중앙 12인치 세로형 터치스크린으로 구성, '오픈알 링크(openR link)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탑재됐습니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최상위 아이코닉 트림이었는데요, 천장에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가 적용됐습니다. 버튼으로 전체나 앞뒤 구간별로 유리의 투명도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외부에서 유입되는 빛의 양을 바꿀 수 있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1.65m² 면적으로 개방감을 늘리고, 이중접합 유리 구조로 설계해 파손 시에도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자외선(UV) 차단율 99%, 열에너지 투과율(TTS) 16%로, 일반 글라스 선루프 대비 2.5배 정도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다만 완전히 검거나 투명하게 조절되지는 않아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옵션입니다.
가속 패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나아갑니다. 최대 1915kg의 공차중량으로 경쟁차종인 '아이오닉 5(2015㎏)'보다 가볍고, 최고출력 160kW, 최대토크 300Nm의 전기 모터를 결합해 치고 나가는 성능이 뛰어납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9초가 걸린다고 합니다.
속도를 높여도 안정적으로 달립니다. 르노의 전기차 전문 자회사 암페어(Ampere)가 개발한 전용 '앰프알 미디움(AmpR Medium)' 플랫폼이 적용, 적절한 무게 분산으로 주행 중 흔들림이 적었습니다. 전기차 특유의 붕 떠서 달리는 느낌 대신 지면을 감싸듯 달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컴포트, 스포츠, 에코, 페르소(사용자 설정)의 4가지 멀티센스 모드를 선택하면, 실내조명과 착좌감에서부터 파워트레인 설정과 페달 응답성 등 주행 기능까지 달라져 운전하는 재미도 더했습니다.
르노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87kWh의 삼원계(NCM) 배터리가 탑재, 1회 충전 시 최대 46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130kW 급속 충전기 사용 시 약 34분 만에 2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합니다.
전기차 화재 대응 기술인 '파이어맨 액세스'를 적용했는데, 배터리 케이스에 통로를 만들어, 화재 시 배터리 셀 내부에 소방 호스로 물을 직접 주입해 과열을 막을 수 있는 기능입니다. 또 사고로 에어백이 펼쳐지면 배터리 전원을 자동 차단하는 '파이로 스위치'도 적용됐습니다.
도로에서 레벨 2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 등 30개 최첨단 주행 보조기능도 안전한 주행을 도와줍니다. 가족과 안전하고 편하게 탈 수 있는 차로 만들었다고 느껴졌습니다.
세닉은 프랑스 두에(Douai) 공장에서 전량 생산, 수입되는 차량입니다. 유럽을 겨냥한 모델이기 때문에 구글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GAS)은 국내에서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연결해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가격은 5494만~6656만원으로, 서울시 기준 전기차 보조금 적용 시 4649만~5773만원입니다. 시승일 기준으로 친환경차 인증을 진행 중이어서 가격은 변동될 수 있다고 합니다. 수입 모델이면서 다양한 고급 사양을 적용했음에도 경쟁력 있는 가격입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세닉을 국내에서 999대만 판매한다고 하니, 르노 특유의 감성이 담긴 전기 패밀리카를 경험하고 싶으면 서둘러야 할 거 같습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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