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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서울 아파트 가격
물려받지 않고 얻는 건 어려워
진보정권, 부동산값 폭등 우려

27일 서울 마포·성동구 아파트 가격이 2013년 관련 통계 공표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오른것으로 발표되었다. 서울 아파트 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2025.06.27 윤동주 기자

27일 서울 마포·성동구 아파트 가격이 2013년 관련 통계 공표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오른것으로 발표되었다. 서울 아파트 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2025.06.27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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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요사이 며칠 계속 인상을 찌푸리고 한숨을 쉰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대통령 때문이라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치솟는 집값이 문제다. ‘송곳 하나 꽂을 땅이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그렇다. 평생 부동산을 한 번도 사지 못했다. 돈을 못 벌어 집을 못 산 것은 아니다. 우리 내외는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을 잡아 수십년간 일했다.


문제는 빚을 지기 싫었다는 것이다. 두 명이 버니 몇 년 모으면 굳이 빚을 내지 않아도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니 떨어지지 않겠냐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몇 년간 아끼고 저축해 목표했던 돈을 모으고 나면 집값이 생각보다 훨씬 더 올라 있었다.

지난 대선 때 아내는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오르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땐 섣부른 일반화에 불과하다고 말을 끊었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른다. 지난주(6월 세 번째 주)엔 전주보다 0.36%나 치솟았다.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라고 한다. 한국은행은 이례적으로 이러다간 강남 집값이 연간 30% 오른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시중에 떠도는 '진보정권 부동산값 폭등론'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십년간 민주당 쪽이 집권하면 부동산 가격이 뛰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시기는 문재인 정권이라고 했다. 5년간 서울 30평 아파트 가격이 119% 치솟았다. 다음은 노무현(80%), 박근혜(21%), 윤석열(1%), 이명박(-10%) 순이다. 사실 표를 받는 정당, 후보 입장에서는 집값이 치솟아도 꼭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 2023년 기준 무주택 가구 비율이 43.6%다. 집값이 올라서 좋아할 사람이 더 많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모두 자기 집이 없다. 경실련은 노동자 평균임금(4000만원)을 쓰지 않고 그대로 모아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는 데 32년이 걸린다고 했다. 강남 아파트라면 80년이다. 물려받지 못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는 노력해서 좋은 집을 살 수 있는 시대에 살았다. 집이 없다면 상황 판단력이 모자랐다, 노력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이번 주 강남 반포 원베일리 30평 아파트 가격이 70억원이 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과거 진보 정권 시절처럼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면 5년 후 원베일리 가격은 100억원을 가볍게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한국은 민주 사회가 아니라 신분제 사회로 변한다. 조상에게 물려받지 않고 100억원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예전 족보가 했던 역할을 아파트가 할 것이다.


조선 시대(양반)보다는 신라(골품제)와 비슷한 사회구조가 만들어질 듯하다. 예를 들어 원베일리 등 반포 아파트 소유자가 6두품, 강남 3구 아파트 5두품… 수도권 주요 아파트 1두품, 이런 식이다. 족보 대신 아파트가 신분을 정한다. 노력해서 하위 두품에 진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혈연에 기대지 않고 6두품에 오르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노력해서 어찌해 볼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다.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내려간다. 결국 많이 만들어 시장에 풀어야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아파트를 만들 수 없다. 당분간 사람들이 스스로 아파트를 팔도록 만들어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 한시적으로 아파트를 팔 때 세금을 덜 받으면 파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동시에 가격이 올라 이득을 많이 본 아파트 주인들에겐 보유세를 더 걷으면 시장에 더 많이 아파트가 나온다. 5년 후 대선에선 민주당이 집권하면 부동산값이 폭등한다는 이야기가 다시 나오지 않아야 한다.





백강녕 IT스페셜리스트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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