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Made in USA)' 표기 제외
'미국 가치를 담아 설계 됐다'로 변경돼
미국 이동통신 브랜드 '트럼프 모바일'이 출시를 예고한 스마트폰 'T1 8002'에서 '미국산(Made in USA)' 표기가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모바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 기업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이 운영 중인 알뜰폰(MVNO) 서비스다.
2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모바일은 지난 22일 전후 자사 웹사이트에서 올해 9월 출시 예정된 T1 폰 예약판매 문구를 수정했다. '미국산'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미국의 가치를 담아 설계됐다(Designed with American values in mind)'는 문구로 교체했다.
CNN은 "문구 수정은 업계 전문가들이 해당 스마트폰의 미국산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 뒤에 이루어졌다"며 "전문가들은 이 스마트폰의 사양이 중국 제조사의 제품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모바일 대변인은 CNN에 "T1 휴대폰은 자랑스럽게 미국에서 제조되고 있다"며 "그 반대의 추측은 단순히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그룹은 499달러(약 68만원)짜리 금색 휴대폰을 공개하면서 "미국에서 자랑스럽게 설계되고 제작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지난 16일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공식 발표 행사에서 트럼프 모바일의 파트너 팻 오브라이언은 "우리는 미국에서 제작할 휴대폰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는 한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는 모든 휴대폰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톤을 낮췄다.
국제 시장조사 업체 IDC의 라이언 리스 부사장은 CNN에 "설계나 제작이라는 표현은 매우 모호해 실제 어떤 공정이 미국에서 이뤄졌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애플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아이폰을 설계하지만 조립은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하고 부품은 세계 각지에서 공급받는다.
현재 트럼프 모바일 웹사이트는 이 스마트폰이 "미국에서 탄생했다(brought to life right here in the USA)"고 소개하고 있다. 다만 리스 부사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스마트폰은 없다"고 강조했다.
T1 8002의 제품 사양도 일부 변경됐다. 웹사이트상 표기 기준으로 화면 크기는 기존 6.78인치에서 6.25인치로 줄었다. CNN은 "이는 아이폰 16과 아이폰 16 프로 맥스 간 차이만큼 눈에 띄는 변화"라며 "스마트폰 발표 이후 화면 크기가 이렇게 바뀌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메모리(애플리케이션(앱) 데이터를 저장하고 멀티태스킹 성능에 영향을 주는 부품) 사양도 현재는 표기돼 있지 않다.
앞서 CNN은 미국에서 실제로 휴대폰을 제조해 퓨리즘의 최고경영자(CEO) 토드 위버와 시장조사업체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애널리스트 맥스 와인바흐의 말을 인용해 T1이 기존에 출시된 리브엘 7 프로 5G 모델과 유사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모델은 중국 기업 윙텍이 제조됐고 아마존에서 약 169달러(2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트럼프 모바일 출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 삼성 등 기술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 내 생산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는 제조업 일자리의 '리쇼어링(국내 복귀)' 확대 움직임이지만,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 측이 약속한 오는 9월 출시 일정까지는 미국 내 대규모 스마트폰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위버 CEO는 "트럼프 가문이 아무도 모르게 수년간 미국 내에 보안 설비를 갖춘 생산라인을 구축해왔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약속을 실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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