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이끄는 양대 기업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나란히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공개하며 경쟁 구도를 공고히 했다. 이와 함께 한미약품·펩트론·동아에스티 등 국내 기업을 포함한 후발 주자들도 진화된 기전과 병용 전략을 내세워 추격에 나서 신약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막을 내린 미국 당뇨병학회(ADA) 2025 연례학술대회에서 노보노디스크는 대표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성분)'의 고용량 투여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위고비'가 2.4㎎ 투여 시 72주간 체중 감소율이 평균 17.5%였던 데 반해, 이번에 발표된 7.2㎎ 고용량 투여군은 최대 20.7%까지 감량 효과를 높였다. 노보는 이와 함께 아밀린·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이중 작용제 '아미크레틴'의 초기 임상 데이터를 통해 주사제(60㎎) 기준 24% 이상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비만약 강자 일라이 릴리도 새로운 복합기전 후보를 공개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릴리는 GLP-1 계열의 한계를 넘기 위해 근육량을 보존·증가시키는 아밀린 유사체와 항체 기반 약물을 내놨다. 대표적으로 근육 증가 항체 치료제 '비마그루맙'을 세마글루타이드와 병용한 임상 결과, 체중 감소율이 22%로 단독 투여군(16%) 대비 개선됐고, 감량된 체중 중 93%가 근육 손실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아밀린 유사체 '엘로랄린타이드'는 12주간 투여로 11.5%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두 기업 모두 기존 GLP-1 치료제를 고도화하며, GIP(위 억제 펩타이드)·글루카곤·아밀린 등과의 병용 및 다중 작용제로 진화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간질환, 심혈관 질환 등 복합 대사 질환으로의 적응증 확장을 노린 행보다.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거세다. 특히 한미약품은 이번 ADA에서 처음으로 삼중작용제 HM15275와 근육 증가 후보물질 HM17321의 데이터를 공개했다. HM15275는 GLP-1, GIP,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표적하는 삼중 작용제다. 기존 GLP-1 단일 제제보다 우수한 감량 효과와 상대적으로 낮은 제지방 손실이 특징이다. 회사는 연내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고도비만 환자 대상 글로벌 개발 전략도 검토 중이다. HM17321은 지방을 선택적으로 감소시키면서 근육량은 오히려 증가시키는 기전으로, 위고비 수준의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 근육 기능까지 개선한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동아에스티는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 가능성을 중심으로 병용 전략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GPR119 작용제 DA-1241과 FGF21 유사체 에프룩시퍼민을 병용한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체중 감소 효과뿐 아니라 간 섬유화 지표의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며 대사질환 통합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모닝스타·피치북은 오는 2031년까지 글로벌 비만약 시장 규모는 2000억 달러(27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업계 관계자는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이후 블록버스터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기존 약물 대비 체중 감량률, 근육 손실 여부, 복용 편의성 등의 세부 데이터를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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