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여력 악화…사전지급에 재정 부담↑
출산·군복무 가입기간 인정 '크레딧'
곧바로 인정하는 사전방식 전환 힘들듯
매년 7000억~8000억원 국가재정 나가야
정부가 국민연금 크레딧 제도의 지급 방식을 '사후'에서 '사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에 따른 국가 재정 부담이 연간 7000억~8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내부 추계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출산율 제고와 사회적 기여에 대한 보상이라는 정책 취지를 고려해 사전 지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당장 국가 재정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재정 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도 예산안 편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크레딧의 지원 방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를 통해 출산·군 복무 시점에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바로 인정해주는 사전지급 방식의 재정 부담 등을 따져보고 있다.
국민연금 크레딧은 출산, 군 복무 등 사회적 기여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실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대신 납부해주거나(사전지원) 향후 연금 수급 개시 시 가입 기간을 인정해줘(사후지원) 수령액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현재 크레딧은 사후지급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출산 크레딧은 향후 연금 수령 시점에 첫째 자녀 출산 시 12개월, 셋째부터는 18개월씩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 인정해준다. 군 복무 크레딧은 12개월을 인정받는다. 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한 시점에야 가입 기간으로 추가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 가입자 입장에서는 당장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보건복지부 등에서는 크레딧 지급을 사전지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해왔다. 출산이나 군 복무를 한 이후 곧바로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가 재정으로 부담해주는 방식을 채택해야 가입자들이 혜택을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막대한 재정 부담이다. 기재부는 사전지급 방식을 채택하면 연간 재정 부담은 매년 7000억~8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단순히 제도가 존재한다는 체감도를 조금 높이기 위해 당장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할 경우 매년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전지급 방식으로 크레딧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도 복잡하다. 예컨대 출산 크레딧의 경우 산후 여성의 경제활동 공백을 전제로 하는데, 실제로는 출산 후 1년을 전부 쉬지 않고 빠르게 복귀하는 케이스가 있다. 이때 복귀 이후 기업이 근로자의 보험료 절반을 부담해주는 부분까지 정부가 모두 공제해줘야 하는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다만 현재의 사후지급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래 재정 부담이 더 큰 만큼,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제도라는 비판이다. 한 연금 전문가도 "사후지급 방식은 수급권자가 사망할 때까지 (크레딧 포함으로 인해) 매달 늘어난 연금을 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이 더 크다"며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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