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텨" 최후의 결단…126년 전통 포기한 일본 식당

126년 일본 덮밥 체인
쌀값 급등에 첫 '면 메뉴' 출시

쌀 소매가격 여전히 2배 수준
일부 업체도 라면 사업 확대

일본에서 쌀값 급등이 장기화하자 외식업계가 '밥 대신 면(麵)' 전략으로 발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다. 비축미 방출 등 정부의 가격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체감 효과가 미미하자 덮밥·카레 전문점 등 주요 외식 체인들이 잇따라 면 요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쌀값 급등이 장기화하자 덮밥·카레 전문점 등 주요 외식 체인들이 잇따라 면 요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게티이미지

26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소고기덮밥으로 유명한 체인점 요시노야가 여름 한정 메뉴로 '규타마 스태미나 마제소바'를 출시한다고 전했다. 소고기와 계란을 활용한 이 메뉴는 비벼 먹는 방식의 면 요리로, 1899년 창업 이후 줄곧 덮밥류만을 고집해 온 요시노야가 면을 메뉴로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99년 창업 이후 줄곧 덮밥류만을 고집해 온 요시노야가 면을 메뉴로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티이미지

나루세 데쓰야 요시노야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쌀, 소고기 등 식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이 쉽지 않다"며 "새로운 장르(면)에 도전해 방문객 수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요시노야를 자회사로 둔 요시노야홀딩스는 지난달 라면을 향후 성장 사업으로 삼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남서부 미야자키현 한 슈퍼마켓에 쌀이 진열돼 있다. AP연합뉴스

일부 음식 체인업체들도 면 요리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일본 국내외에 점포 약 200곳을 둔 덮밥 전문점 '전설의 스타돈야'는 지난달 8일 도쿄에 라면 식당을 냈다. 관계자는 "라면은 밀가루와 수프가 기본으로 원재료 가격이 비교적 안정돼 있다"며 "한 끼 기준으로 덮밥보다 100~150엔(약 940~1410원) 정도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카레하우스 코코이치반야'를 운영하는 이치반야는 지난해 오사카를 중심으로 라면을 판매해 왔던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식생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냉동 우동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으며 가정용 라멘 수프 매출도 같은 폭으로 증가했다. 빵과 시리얼 같은 서구식 아침 식사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밥 대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거트·주먹밥 수요 역시 동반 상승 중이다.

한편 일본의 최근 쌀 평균 소매가는 이른바 '반값 비축미' 방출 등으로 4주 연속 하락해 5㎏이 3920엔(약 3만6840원)으로 집계됐으나 여전히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8.3% 높았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