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AUM, 5개 메가펀드…투자 집중도 높여
섹터별 전문 체제…바이오·딥테크·게임 등 맞춤 투자
올거나이즈·헤이딜러 등 '차세대 엑시트' 기대
8600억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이하 에이티넘)가 2023년 12월 결성한 단일 펀드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의 결성액이다. 하나의 대형 펀드 자금이 소진될 때까지 투자역량을 집중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대형 원펀드' 전략은 에이티넘의 차별화된 투자 방식으로 꼽힌다. 2011년부터 결성된 6개 펀드 모두 결성액 1000억원 이상의 메가펀드였고,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을 기반으로 두나무, 카카오게임즈 , 펄어비스 , 리가켐바이오 등을 초기에 발굴해 국내 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후속 투자했으며, 높은 기업가치로 회수(엑시트)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글로벌 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기존 벤처 강국뿐만 아니라 신흥국까지 투자 지역을 적극적으로 물색 중이다.
메가펀드, 부문별 대표 체제로 운영해 효율 극대화
에이티넘은 1988년 설립된 1세대 VC다. 1991년 코스닥시장의 전신인 장외시장에 주식을 등록했다. 1996년 코스닥시장이 개장하며 코스닥시장에 정식으로 등록됐다. 최대주주는 부동산임대 및 경영컨설팅을 주업으로 둔 에이티넘파트너스(지분율 33.08%)이며, 창업주인 이민주 회장은 에이티넘파트너스의 지분 85.7%를 보유 중이다.
현재 에이티넘은 신기천·이승용 각자 대표 체제 아래 ▲딥테크(맹두진 사장) ▲서비스·플랫폼(김제욱 부사장) ▲바이오(곽상훈 부사장) ▲게임(박상호 전무) 등 투자 섹터별 부문 대표제를 도입해 전문 투자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인력분산과 이해 상충을 최소화해 모태펀드 및 민간 출자자(LP) 등과 단단한 신뢰관계를 구축했다. 현재 5개의 메가펀드를 운용 중이며, 총 운용자산(AUM) 규모는 2조630억원에 달한다.
에이티넘 관계자는 "대형 원펀드 구조를 기반으로 초기 단계부터 그로스(성장) 단계까지 스타트업의 성장을 장기적으로 지원한다"며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진입장벽이 높아진 시장 환경에서,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크기와 기술·사업모델의 혁신성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서비스·플랫폼 분야의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는 두나무다. 에이티넘이 초기 투자 이후 지속적인 후속 투자를 통해 성장을 지원했고, 현재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며 기업가치 수조원대의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게임 분야에서도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에 초기 투자한 후 성장 단계별로 추가 투자를 진행해 성공적인 엑시트를 달성했다. 바이오 분야의 리가켐바이오, 메디톡스 , 셀트리온 , 올릭스 , 고바이오랩 등도 장기 투자를 통해 육성한 기업들이다.
인투셀, 헤이딜러 등 초기 발굴…"글로벌 투자도 확대"
최근엔 바이오 분야에서 에이티넘이 시리즈A 초기 시절부터 투자한 인투셀 이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인투셀은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 바이오 전문기업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삼성바이오에피스, 에이비엘바이오 등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23일 상장 첫날 인투셀은 공모가 대비 95.29% 오른 3만3200원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에이티넘은 매도 가능 물량 엑시트 이후 현재 인투셀 지분 4.77%를 갖고 있다.
딥테크 분야에선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가 내년 코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다. 라이드플럭스는 국내 최초로 무인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서비스·플랫폼 분야에선 중고차 거래 플랫폼 헤이딜러의 운영사 피알앤디컴퍼니가 주목된다. 헤이딜러는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해 2023년 누적 거래액 10조원, 누적 앱 다운로드 횟수 1000만건을 돌파했다. 현재 중고차 처분(내차팔기)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한 압도적 1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거대언어모델(LLM) 기업 올거나이즈(Allganize)도 에이티넘이 초기부터 발굴해 육성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거점으로 기업용 경량화 언어모델 및 정보검색 기반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제공하며,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게임 분야에서는 먼데이오프와 로드컴플릿이 대표적인 기대주로 꼽힌다. 먼데이오프는 조작이 간단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하이퍼캐주얼 게임 전문 퍼블리셔다. 2023년 누적 다운로드 2억건을 돌파하며 글로벌 이용자 기반을 확보한 상태다. 로드컴플릿은 크루세이더 퀘스트와 레전드 오브 슬라임 등 글로벌 히트작을 보유한 게임 개발사다.
에이티넘은 올해 글로벌 투자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시장 규모, 기술력, 현지 기업들의 역량을 종합 고려해 스케일업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에이티넘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은 시장 자체가 크고 기업 역량이 우수해 에이티넘의 전 부문에서 주목하고 있다"며 "기술 스타트업의 역량이 뛰어난 이스라엘과 게임 업종을 중심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튀르키예, 중국 등 지역도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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