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허분쟁을 심판과 조정을 연계해 원만하게 해결한 첫 사례가 나왔다. '심판-조정연계' 제도는 그간 상표, 디자인에서 주로 운영되다가 올해부터 특허 분야에서도 적용됐다.
특허청 특허심판원은 최근 반도체 장비 분야 기업이 벌여온 특허무효심판 사건이 '조정'으로 연계돼 상호 합의로 종결됐다고 26일 밝혔다.
조정은 제3자인 조정인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특허무효심판에서 조정이 성립될 때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심판-조정연계 제도는 심판장이 심판보다 조정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한 때, 양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한다. 이 경우 심판장과 심판관이 조정위원으로 참여하며, 최장 6개월 이내 조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발생한 분쟁은 심판과 소송 절차로 해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심판과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면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고, 그나마도 한쪽이 승소 또는 패소하게 돼 분쟁이 끝난 후에도 양측 당사자가 실질적인 화해를 이루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같은 이유로 특허심판원은 기존에 상표, 디자인 분야에서 심판-조정연계 제도를 도입해 운영해 왔다. 이어 올해는 특허 분야에서도 심판-조정연계가 활성화될 수 있게 관련 제도와 절차를 마련했다.
특히 최근 반도체 장비 업체 간 특허분쟁이 심판-조정연계로 원만하게 해결된 것은 특허 분야에 해당 제도를 도입한 후 나온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앞서 특허심판원은 양측 당사자 간 분쟁의 원인을 파악하고, 갈등이 심화하기 전 심판을 조정절차로 전환할 것을 권유했다. 또 권유가 받아들여졌을 때는 해당 사건이 산업재산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조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양측은 2회에 걸친 조정 회의와 여러 차례의 협의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특허권 공유에 상호 합의함으로써 조정 절차는 3개월 만에 마무리(조정성립)됐고, 기존에 진행되던 심판도 종료됐다.
무엇보다 양측은 조정 후 납품 등 협력 계약을 재개한 것은 물론 향후 공동 기술개발에 나서는 것에서 상호 합의를 이뤘다. 심판, 소송 절차와 달리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합의를 이룬 것에 더해 화해를 토대로 상호 협력관계를 회복한 된 것이다.
조정에 참여한 한 기업 대표는 "심판부의 조정 권유가 없었다면 분쟁이 장기간 지속돼 기업에도 큰 부담이 생겼을 것"이라며 "하지만 조정절차로 분쟁을 신속하게 매듭짓고, 양사가 다시 협력관계를 회복할 수 있게 돼 의미 깊다"고 말했다.
서을수 특허심판원장은 "이번 사건은 심판-조정연계 제도가 효과적인 분쟁 해결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특허심판원은 앞으로도 조정이 적합하다고 판단된 사건에 대해 특허분쟁을 조정절차로 신속·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