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이 전한 '10년간 인권 상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어 하반기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와 가요를 유포하거나 소비하면 공개 처형을 당한다는 탈북민 증언이 나왔다. 북한 당국은 외부 문화 유입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 이모티콘까지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는 25일 서울 중구 글로벌센터에서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간의 북한 인권 상황' 행사를 열고 김정은 정권 이후 탈북한 주민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2023년 5월 가족과 함께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탈북한 김일혁씨는 "남한 드라마 3편과 K팝 노래 70여 곡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22세 청년이 공개 총살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석 달에 두 번꼴로 공개 총살이 있었고, 많을 때는 한 번에 12명까지 처형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2020년 12월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통해 남한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에게는 최대 15년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 탈북민들은 이 법이 실제 사형 집행에 활용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 여성 탈북민은 "2015년부터 휴대전화 검열이 본격화됐다"며 "전화번호부에 '오빠'라고 저장하면 청년동맹 조직원들이 '00동지'로 바꾸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름 뒤에 하트(♥) 이모티콘을 붙이는 것도 금지 대상이었다.
이 탈북민은 "과거에는 한국 드라마나 음악이 적발돼도 300~400달러를 내면 처벌을 피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요구 금액이 훨씬 커졌다"며 "저도 한국 드라마를 좋아했지만 들키면 총살당할 수 있다는 불안 속에 살았다"고 말했다.

서울글로벌센터에서 25일 열린 '유엔 북한인권서울사무소,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 간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 세션에서 북한 이탈주민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탈북민들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북한 내 식량난이 심각했다고 밝혔다. 김일혁씨는 "병으로 죽은 사람보다 굶어 죽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며 "식량과 생필품 가격이 폭등하고 강력 범죄가 만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탈북민은 "코로나 이전에는 장마당에서 꽃제비를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이후 부모를 잃고 거리로 나온 아이들이 급증했다"고 증언했다.
출산 기피 현상도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탈북민은 "여성들이 출산을 두려워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유행처럼 퍼졌다"며 "2023년부터는 이혼 시 1년 징역형에 처하는 법이 새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4'에도 여성이 이혼이나 임신 중단을 선택하면 노동단련대에 보내진다는 탈북민 증언이 포함됐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이번 행사를 통해 약 400명의 탈북민과 면담한 내용을 수집했으며, 이들의 증언은 오는 9월 열리는 제6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후속 보고서로 제출될 예정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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