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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발량이]삶 자체가 무대…묘하게 닮은 두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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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그레잇 쇼'·'유령'
뮤지컬·연극 제작과정 담아
다른 시대 정서…무게감 달라

최근 세종문화회관 산하 두 예술단체의 공연, 서울시뮤지컬단의 '더 퍼스트 그레잇 쇼'와 서울시극단의 '유령'이 세종문회화관에서 각각 무대에 올랐다. 두 공연은 2주가량 공연 시기가 겹쳤고, 이는 세종문화회관이 의도적으로 시기를 조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흥미롭게도 시기뿐 아니라 주제와 형식에서도 두 작품은 놀라운 공통점을 보여준다.


우선 두 작품 모두 극중극 형식을 채택해 뮤지컬과 연극의 제작 과정을 무대로 끌어올렸다.

서울시뮤지컬단 '더 퍼스트 그레잇 쇼' 공연 장면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더 퍼스트 그레잇 쇼' 공연 장면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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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한국 최초의 뮤지컬 제작기를 다룬다. 뮤지컬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무당, 트로트 가수, 고수 등 뮤지컬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물들이 모여 좌충우돌하며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반면 유령은 무연고자의 삶을 주제로 한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풍경을 다뤘다. 주인공 배명순이 술주정뱅이 남편으로부터 두들겨맞는 중 분장 스태프 역을 맡은 배우가 등장해 배명순의 얼굴에 멍자국 분장을 하고, 남편은 자신이 원래 착한 사람이라며 자신의 배역에 대한 불만을 관객들에게 토로한다. 연출을 맡은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은 "세상은 무대고, 인간은 배우"라는 말을 작품으로 증명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작품은 그런 말처럼 우리 삶 자체가 무대라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1966년 예그린 악단의 '살짜기 옵서예'가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로 평가받는 만큼, 1960년대의 사회 분위기와 정서를 유쾌하게 담아낸다. 반면 유령은 고선웅 단장이 몇 해 전 신문에 연재된 무연고자 관련 르포 기사를 접하고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세태를 냉소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반영한다. 같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각기 다른 시대 정서를 담은 두 작품의 결말이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좌충우돌 끝에 '오합지졸'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첫 공연을 성공시키며 낭만적인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반면 유령에서는 배우들이 갈등 끝에 어쩔 수 없이 연극을 끝맺지만, 그 결말은 무연고 망자들을 위로하는 씻김굿으로 귀결된다.

서울시극단 '유령' 공연 장면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유령' 공연 장면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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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와 오늘날 한국 사회 정서를 반영한 두 공연의 무게감이 새삼스럽게 느껴진 이유는 지난 반 년 동안 우리 사회가 겪은 혼란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기간 중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됐는데 비상계엄이 웬 말이냐는 말들이 많았다. 대선 기간 중 유튜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20대 대선 기간이었던 2022년 1월 경기도 성남 상대원 시장에서 했던 연설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이재명은 자신이 교복을 입어보지 못했기에 성남 시장 재임 때 무상교복 사업을 했다며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은 서민들의 삶과 이재명의 참혹한 삶이 투영돼 있다며 울컥했다. 어디 비상계엄뿐이랴. 조금만 뒤돌아보면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어울리지 않는 참혹한 삶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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